[광화문에서/김창혁]‘3+0’이 더 걱정이다

  • 입력 2009년 4월 17일 02시 56분


언론에 ‘4+1’로 회자(膾炙)된 박영준 국무차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장수만 국방부 차관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실세 모임이 해체됐다지만 ‘해체’라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뭐랄까 임무 완수 후 각자의 부대로 귀환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국방부의 실세(?)가 된 장 차관은 제쳐둔다고 해도 박 차장, 이 차관, 신 차관 그리고 곽 위원장은 정치를 아는 사람이다. 정치를 안다는 것은 머릿속으로, 머릿속이 아니면 동물적 감각으로 자기 말과 행동의 ‘피드백’을 가늠할 줄 안다는 뜻이다. 해체 얘기가 나올 때쯤엔 이미 ‘이명박 정부의 국정 핵심은 4+1’이라는 메시지가 한 바퀴 돌고 난 다음이었다. 그들이 그 정도 피드백을 몰랐을 리 없다. 그래도 ‘의도된 피드백’은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어도 가능하다. 문제는 의도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예측할 수도 없는 피드백이다. 교육장관이 3명이나 되는 반면 과학장관은 한 명도 없는 것 같은 현재의 ‘3+0’ 교육과학기술팀이 그런 경우다.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을 지낸 이주호 전 한나라당 의원의 교과부 차관 기용설이 확실시되던 1월 초만 해도 ‘이 전 수석이 돌아오면 정진곤 청와대 수석은 바뀌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안병만 장관도 한국외국어대 총장을 지낸 교육전문가고, 정 수석도 한양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 출신의 교육통이니 결국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정 수석을 과학기술 전문가로 교체하지 않겠느냐는 극히 상식적인 예측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상식’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국민 눈에는 ‘실세’ 이 차관까지 합쳐 교육장관이 3명이나 되는 것처럼 비치기 시작했다. 이원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의 눈에도 그랬던 모양이다. 이 회장은 얼마 전 사석에서 “시간이 좀 지나면서 대통령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엔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이 대통령의 ‘정리(情理)’를 알게 되면서 수긍하게 됐다는 뜻이 행간에 묻어 있었다.

사실 MB교육정책의 상징처럼 돼 있는 이주호 차관을 교육행정의 상수(常數)로 놓고 보면 청와대 수석이 아니라 장관을 과학기술계 인사로 임명하는 게 정답이었다. 안 장관은 신동아 4월호 인터뷰에서 “그동안 가정교사를 두고 과학기술 공부를 했다. 입각한 뒤 과학기술과 교육 분야에 투입한 시간을 비교한다면 9 대 1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가정교사를 두고 공부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안 장관이 과외공부에 몰두하는 동안 과학기술계에서는 “노무현 정부 때는 황우석이라도 있었다”는 실망과 체념이 깊어갔다. 그 와중에도 교과부는 차관보 신설을 추진하면서 일반행정직 간부들과 교육전문직 간부들이 서로 자리다툼이나 벌이고 있고….

‘이명박 정부에 과학기술은 없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정책은 말이 아니라 인사다. 인사를 통해 정책 의지를 구현하는 것이다. 특히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 대통령이 의도한 구도는 아니겠지만 ‘3+0’이 어떤 피드백을 가져올지 두렵다. 당장의 위기는 아닐지 몰라도 먼 훗날의 화기(禍機)가 될까 싶어서, 그래서 두렵다.

김창혁 교육생활부장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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