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제라르 뱅데]다윈이여, 다시 돌아오라

  • 입력 2009년 3월 3일 02시 58분


올해는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이자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 되는 해다. 그의 진화론은 종교, 특히 모든 종은 다른 종과 독립해 신에 의해 창조됐다는 관념을 뒤집었다.

진화론이 왜 다윈의 시대에 태어났는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다윈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의사였고 할아버지는 박물학자였다. 다윈은 어린 시절 의학에 큰 관심을 갖지 못해 곧 포기하고 신학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 때문에 “너는 가족에게 수치”라는 말을 아버지로부터 들어야 했다.

그는 1831년 22세가 되던 해 남미의 해안 지도를 그리던 비글호에 승선했다.

선장의 조수로 5년간 여행을 했다. 이 여행이 진화론 연구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는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각기 다른 섬에 살고 있는 같은 동물이 차이를 보이는 사실을 발견했다. 환경이 조금만 달라도 새 부리의 형태와 길이가 변했다.

1836년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진화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또다시 23년을 보냈다. 진화론이 혁명적이긴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보다 반세기 전 프랑스 식물학자 장바티스트 라마르크(1744∼1829)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다윈은 라마르크의 책을 읽었지만 그에 대해 진 빚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위대한 생각이란 긴 탐구의 결과다. 나타날 듯 말 듯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19세기 후반의 상황은 다윈에게 유리했다. 이 시대는 자유주의와 산업화의 성공 시대였다. 경제적 자유주의는 기업 간 경쟁과 노동의 자유는 자연선택의 일종이며 그걸 막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힘을 실어줬다.

다윈의 저서는 성공을 거뒀지만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당시 기독교인은 성경을 글자 그대로 해석했고, 인간이 원숭이와 조상이 같다는 생각에 분노했다. 영국 성공회 맨체스터 주교의 부인이 보였다는 반응이 재밌다. “우리가 원숭이로부터 나왔다고요? 사실이 아니길 희망합시다. 그러나 그게 진짜라면 그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기도합시다.”

다윈의 이론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기독교건 이슬람교건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에 대한 싸움에 앞장서고 있다. 기독교계에선 미국, 특히 남부의 ‘성경 벨트’ 주들이 진화론 공격의 주요 진영이다. 미국은 대통령이 성서에 손을 얹고 선서하고, 화폐에 ‘우리는 신을 믿는다’는 말이 쓰인 나라다.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은 창조론자를 자처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5년 학교에서 창조론과 진화론을 같이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약 20개 주에서 창조론자들이 진화론 교육을 제한하는 데 성공했다.

창조론은 프랑스와 같은 정교분리 전통이 강한 나라에서는 영향력이 적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도 2007년 터키의 이슬람주의자들로부터 진화론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 ‘창조의 아틀라스’라는 제목을 단 책이 당시 초중고교와 대학에 무상으로 배달됐다. 이 책은 진화론자의 기만적 주장, 다윈과 파시즘 및 공산주의 사상과의 은밀한 연관 등을 거론하면서 코란을 상세히 인용해 ‘창조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 몽매함이 다시 돌아오고 주의가 요구된다. 과학은 가설과 증명에 의해 만들어진다. 의견이나 개인의 신조와는 다르다. 우리는 소리치고 싶다. “다윈이여, 다시 돌아오라. 사람들이 미쳤다.”

제라르 뱅데 에뒤프랑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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