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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23일 2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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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9월 주택법 개정으로 경제자유구역 내 주택사업은 민자(民資)사업임에도 공공택지의 공동주택과 마찬가지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다. 그 결과 첨단설계와 고강도 자재, 고급 내·외장재를 사용해 외국인들의 취향에 맞는 고품격의 고층건물을 짓기가 어려워졌다. 내년 7월 개장 예정인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은 그 안에 165채의 골프빌라를 지을 계획이다. 하지만 20채 이상 주택을 분양하려면 무주택자를 1순위자로 하는 복잡한 승인절차를 거치도록 돼있는 주택법 때문에 구매력 있는 실수요자들에게 분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교육기관을 설립 운영할 수 있는 자격을 ‘비영리’ 외국학교법인에 한정하고 결산 잉여금의 해외송금도 금지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 특별법’도 외국 명문사학의 진입에 장애가 되고 있다. 9월 국내 첫 국제학교로 개교(開校)할 예정인 송도국제학교는 이미 1500억 원의 돈을 들여 95%의 공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외국인 학생의 30% 내에서만 내국인 학생의 입학이 가능하게 돼 있어 학생수 부족으로 당분간 개교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 진출을 검토해온 외국 학교법인과 외국인들, 해외유학의 대안을 송도국제학교에서 찾기 위해 이사를 오거나 사설학원 특별반에서 준비해온 학생 학부모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해 6월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의 과실 송금을 허용하는 법개정안을 제출했으나 국내 학교법인과 전교조, 야당의 반대 속에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J, N, P 등 세계적 수준의 병원들이 진출을 타진해 왔으나 의약품 수입허가, 특수의료장비 설치·운영 등에 관해 본국이 아니라 국내법을 적용토록 한 의료법 약사법 규정 등이 장벽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6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정부 입법이 추진되다가 야당과 참여연대 등의 반대로 같은 해 11월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이 일부 수정된 법안을 제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상태다.
정부는 6년 전 인천을 시작으로 부산·진해, 광양, 황해(경기 평택과 충남), 전북(군산·새만금), 대구·경북 등 모두 6곳에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했다. 하지만 ‘자유 없는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어놓고 초국가적 자본과 국내외 고급인력을 끌어들이는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을 만들겠다는 것은 날개 꺾인 새가 창공을 날기를 바라는 것만큼이나 무모하다.
세금, 땅값, 노조가 없다는 두바이만큼은 안 되더라도 최소한의 안정된 생활·업무 환경조차 조성해주지 못한다면 도쿄 홍콩 상하이 싱가포르같은 도시들과의 경쟁에서 앞설 수 없다.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와 국제공항을 끼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장밋빛 청사진만 요란한 ‘임시 떴다방’으로 만들지, 아니면 글로벌 경기회복기에 빛을 발할 성장거점으로 만들지,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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