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LA 세주역 5년만의 재회에 들뜬 미국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필 잭슨-샤킬 오닐-코비 브라이언트. 1980년대 LA 레이커스의 ‘쇼 타임 시대’ 이후 제2의 전성기를 연 주역들이다. 이들은 2000년부터 3년 연속 미국프로농구 타이틀을 거머쥐며 최고의 팀으로 리그를 호령했다. 그러나 오닐과 브라이언트의 주도권 싸움으로 이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오닐은 마이애미 히트로 트레이드되었고, 잭슨 감독은 물러났다. 레이커스에는 젊은 브라이언트만 남았다.

오닐(현 피닉스 선스)은 브라이언트와 1996시즌부터 2004시즌까지 함께했다. 둘 사이는 형제처럼 가까웠다. 그러나 브라이언트는 잭슨 감독의 오닐 중심 플레이에 자신은 보조 역할에 그치자 불만을 드러내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결국 레이커스는 오닐을 트레이드시켜 브라이언트의 손을 들어줬다.

오닐은 마이애미로 이적해 2006년 한 번 더 우승 반지를 꼈지만 브라이언트는 여전히 3회 우승에 머물러 있다. 탁월한 센터 없이 우승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오닐이 보여 준 셈이다.

오닐과 잭슨 감독의 관계도 순탄치 않았다. 오닐은 지난해 11월 “잭슨 감독의 수수방관으로 나와 브라이언트 사이가 갈라졌다”며 화살을 돌렸다. 잭슨 감독은 오닐의 이 발언이 있기 전 레이커스 사령탑에 복귀한 뒤 “내가 지도한 선수 가운데 오닐처럼 게으른 선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오닐의 부진은 훈련 부족으로 인한 과체중이 원인이다.

한때 형제처럼, 부자지간처럼 가까웠던 이들은 레이커스 둥지를 떠나면서 서로 나이프를 겨눴다. 그리고 5년 만에 이들은 다시 한 코트에 서게 된다. 16일 피닉스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이 그 무대다.

잭슨 감독은 서부콘퍼런스 사령탑으로, 브라이언트는 주전 가드로, 오닐은 감독 추천 센터로 선발돼 재회한다. 미디어들은 이들의 재회에 온통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닐은 최근 ESPN과의 인터뷰에서 “잭슨 감독, 브라이언트, 오닐이 계속 레이커스에 있었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겠느냐”는 질문에 “쉽게 6번 또는 7번 정도 우승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현역 최고의 감독과 선수들이 뭉쳤을 때 그들을 이길 팀은 없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내부의 갈등이다.

로스앤젤레스 문상열 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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