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2기 국수전…불가사의한 수읽기 착각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6분


불가사의한 일이지만 박정상 9단은 백 18을 못 보고 있었다.

그는 참고 1도처럼 백 1로 단수치는 수만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백 18이나 참고 1도 백 1이나 모두 흑 한 점을 축으로 잡는다는 발상은 같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참고 1도의 경우 흑 2, 4로 관통할 수 있다. 이어 흑 10까지 흑의 승리가 확실하다. 박 9단은 이 수순만 보고 있었기에 느긋하게 바둑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백 18이 떨어진 순간 박 9단은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 얼어붙고 말았다. 이어 자책의 목소리가 가슴 깊은 곳에서 들려왔다. “이 수를 못 보다니….”

백 18의 효과는 흑 19 때 백 20으로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참고 1도와는 천지 차이. 흑은 25로 두 집 내고 살겠다며 목숨을 구걸할 수밖에 없다. 흑의 신세가 처량하다.

백 28 때 참고 2도 흑 1로 받는 것은 앉아서 무난히 지는 길. 박 9단은 초읽기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사용하며 흑 29로 반격한다. 흑의 마지막 승부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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