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학수]돈 낭비 없게 ‘농어업 투융자제도’ 고칠 것

  • 입력 2008년 12월 18일 02시 59분


쌀 소득보전 직불금 사태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농어업 분야 투융자에서 비효율과 낭비가 일부 있었다. 농어업 보조금이 부적격자에게 지급된 점은 분명히 잘못이다. 취지는 좋으나 운영상 미비한 점이 있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농어업 투융자제도를 고쳐나갈 것임을 약속드린다.

다만 농어업 투융자의 특성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부탁드린다. 농어업 농어촌 투융자는 사회간접자본 성격을 가지며 투자의 회임(懷妊)기간이 길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다가오는 식량부족에 대비하고 국토와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공익적 기능을 위해서 농어업 투융자가 더욱 확충돼야 한다.

다품목 영세소농이라는 특징을 갖고 보호체제에 익숙한 우리 농어업 부문에 본격적인 시장 개방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었다. 시장개방 충격을 완화하고 농어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990년대 이후 정부는 농어업 농어촌 투융자사업을 확대했다. 1992∼1998년 42조 원, 1999∼2003년 45조 원, 2004∼2013년 119조 원의 투융자계획이 그런 취지로 추진됐다.

그 결과 웬만한 홍수나 가뭄, 태풍이 와도 안정적인 식량 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생산기반이 확충됐다. 영농기술과 품질도 향상되어 겨울에도 신선한 딸기, 상추 등을 먹을 수 있고 농산물 수출이 늘어났다. 국내산 파프리카는 일본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이다. 농어촌의 도로, 상하수도, 의료 등 복지서비스도 상당 수준 확충됐다.

정부는 농어업 투자의 효율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정부는 농어업 농어촌 투융자 전반을 개편할 계획이다. 300여 개에 이르는 농수산 사업을 재평가해 당초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는지, 불필요한 투융자가 없는지를 철저히 분석하겠다. 품목이나 기능별로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거나 신축성을 제약하는 사업은 유형별로 통폐합하고 사업 목적을 달성했거나 수요가 없는 사업은 과감히 폐지할 계획이다. 사업자 선정이나 추진 방식도 투명하고 명료하게 만들어 집행 과정에서 누수가 없도록 하겠다.

쌀 직불금 제도는 농촌에서 실제 농사를 짓는 농업인이 직불금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제도를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전산시스템을 강화하여 부당 수령자를 철저히 색출해 내고 직불금 수령자 명단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2010년부터는 농업경영체로 등록한 농업인에게만 직불금을 지급할 것이다.

농림사업 전반에 걸쳐 수요 조사부터 평가·환류단계까지 단계별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사업현장의 지도와 감독을 철저히 하며 사업집행 부진과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다. 농어업투융자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도 마쳤다. 향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전문적 연구와 평가를 하기로 했다.

오늘날 농어업 선진국은 100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가 농어업 분야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행한 것은 20년이 안 된다. 경쟁력을 갖춰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고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 다른 부문보다 큰 영향을 입게 될 것이므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는 허락한 농어업 분야 투융자사업의 효율을 높여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해 나가겠다. 농어업 투융자에 정교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감시와 감독 활동을 철저히 하여 국민의 세금이 한 푼도 낭비되지 않도록 하겠다. 농어업 투융자에 대해 국민 모두가 충분히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정학수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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