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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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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자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미증유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 방안을 마련하고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대책은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전술적 고려에 따른 것이지 근본적 치유를 위한 전략이라 보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금융시스템의 회복을 위해 공적자금을 얼마나 투입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추가적 위기 요인을 예방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정비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책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의 신뢰도 회복은 요원하고 불안감만 증폭되어 자기실현적 위기(self fulfilling crisis)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경제의 회오리바람은 우리의 외환시장을 강타하여 연일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은 이미 우리 경제에 내재화되어 있다. 따라서 효율적 위기관리는 경제운용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불치이병 치미병(不治已病 治未病)’이라는 말이 있다. 이미 병이 된 것을 치료하지 말고 병이 나기 전에 치료하라는 뜻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경제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필자는 위기관리의 원칙으로 다음의 여섯 가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위기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제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위기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에 주력하기보다는 현재의 경제시스템이 그러한 위기 상황하에서 견딜 수 있는가를 면밀히 분석해 보완해야 한다.
둘째, 금융위기 및 외환위기에 대한 감독과 규제의 초점은 금융기관이 위기관리를 잘하고 있는가보다는 개별 금융기관의 행태가 전체 금융시스템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셋째,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우선해야 할 점은 시스템 리스크의 신속한 제거이다. 물론 시스템 위기의 판단 여부는 어렵지만 언제나 시장경제의 원칙에 입각해 퇴출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넷째,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는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실시해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신속히 회복해야 한다. 정부 지원에 따라 야기될 미래의 도덕적 해이도 고려해야 하지만 시스템 자체가 위험한 상황에서는 엎질러진 물을 치워야 하는 대응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
다섯째, 위기관리를 위해 정부 재정의 건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재정 상태가 취약하면 증세 또는 차입 등으로 거시경제의 새로운 불균형이 야기될 수 있다.
여섯째, 위기관리에 대한 규제가 경제자율화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감독과 규제는 언제나 중복과 과도한 개입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오히려 또 다른 위험요소를 불러들일 수 있다.
위기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 고유가, 세계경제의 불황, 내수침체 등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위기관리 체제를 점검하고 보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주장한 러시안룰렛처럼 누가 쓰러질지 모르는 불안하고 위험한 공포의 시대 속에서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현오석 KAIST 테크노경영 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