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어를 살인흉기 만드는 국민으로 살건가

  • 입력 2008년 10월 4일 03시 00분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톱스타 최진실 씨가 그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많은 사람이 최 씨의 자살 소식에 동생이나 누나 또는 언니, 친구나 가까운 이웃을 잃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최 씨가 왜 성(姓)까지 자신의 것으로 바꿀 만큼 끔찍하게 사랑한 어린 자녀들을 남겨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마음의 병인 우울증도 그런 선택을 하는 데 원인을 제공했을 것이다. 최 씨는 인터넷에 나돈 악성 루머 때문에 견디기 힘든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무분별한 인터넷 루머가 최 씨의 증상을 악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근래 잇따라 발생한 연예인들의 자살도 인터넷상의 악성 댓글(악플) 및 루머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악성 루머를 퍼뜨리거나 악플을 다는 행위는 자정(自淨) 능력을 기대하거나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지 오래됐다. 최 씨가 숨진 뒤에도 인터넷 추모란에 악플이 잇따라 일부 포털이 댓글을 차단했을 정도다.

이런 저질 인터넷 문화로 인해 유명 연예인들만 고통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턴가 정치적 견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에게 증오와 저주, 악의의 막말을 마구잡이로 퍼붓는 풍조가 만연했다. 촛불시위에서 초등학생들까지 전경과 대통령을 향해 욕설을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도 운동권 일각의 극단적인 행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개그우먼 정선희 씨와 남편인 고 안재환 씨도 5월 이후 촛불집회 옹호론자들로부터 인민재판에 가까운 사이버 테러에 시달린 바 있다. 정 씨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 도중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맨홀 뚜껑을 가져가는 것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할 문제’라는 발언을 했다가 프로그램에서 중도 하차했다. 일부 누리꾼은 안 씨가 판매하는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여 사업에 타격을 주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든 저질 영화와 드라마에 난무하는 폭력과 욕설 그리고 막말도 우리의 언어문화를 타락시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저질 막말 문화의 근원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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