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기자의 digi談]어디선 냉장고의 냉동실 늘리고…

  • 입력 2008년 9월 30일 02시 57분


또 어디선 냉동실 줄이는 까닭은

연간 약 64만 대의 냉장고를 미국 시장에 내다 파는 LG전자는 최근 고민에 빠졌습니다. 경기 침체로 가전제품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죠. 작년 1050만 대 규모였던 북미 냉장고 시장은 올해 100만 대가 줄어 950만 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기존 냉장고에서 냉동실을 하나 더 늘린 ‘4도어’ 냉장고가 구원투수로 등장했습니다. 이 제품은 한 대에 3000달러(약 348만 원)가 넘는 고가(高價)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주일에 1000대 이상 팔리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 냉장고의 성공 비결은 한 번에 많은 식료품을 구입해 장기간 보관하는 북미 소비자의 생활패턴을 반영한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입니다. 서랍형의 냉동실을 2개 만든 뒤 자주 꺼내는 냉동 피자는 위 서랍에, 장기간 보관하는 냉동 육류는 아래 서랍에 보관하는 식이죠.

이 제품 덕에 LG전자는 3도어 이상 고급 냉장고 시장에서 올 2분기(4∼6월) 시장점유율 23.2%를 차지하며 1위로 뛰어올랐습니다.

문(냉동실)을 하나 더 만든 작은 아이디어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셈입니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인도에 내다 팔 냉장고의 냉동실 크기를 오히려 줄였습니다. 인도에는 채식주의자가 많아 냉동실을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는 데 착안한 것입니다. 정전(停電)이 잦은 아프리카 지역에 팔려 나갈 휴대전화에는 손전등 기능을 넣고 배터리 용량을 다른 제품의 2배 이상으로 늘렸다고 합니다.

기업들은 “해답은 언제나 고객에게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래서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합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외국을 방문할 때마다 해당 지역의 가정을 반드시 방문한다고 합니다. 삼성전자는 신흥시장에 디자인 센터를 늘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텔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문화인류학자를 보내 지역의 문화를 연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결과로 컴퓨터에 한자(漢字)를 입력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고객에 대한 기업의 지독한 관심은 국경과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습니다. 이 같은 관심이 시장은 물론 사회를 진화시키는 원동력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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