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육정수]광고주 협박범죄의 重大性

  • 입력 2008년 6월 22일 19시 48분


동아 조선 중앙일보 광고주에 대한 협박과 상품 불매운동을 일부 누리꾼은 ‘소비자 운동’이라고 강변한다. 심야에 광고주협회 간부의 집에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붓는 행위가 ‘소비자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어떤 누리꾼은 검찰이 특별단속에 나서자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저도 잡아가 주세요”라고 자청하는 지경이다.

50일이 넘도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주도하고 있는 촛불집회의 뿌리와 상통(相通)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국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들고 나온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당초 ‘국민건강 지키기’를 명분으로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뒤 추가협상에서 요구사항이 사실상 관철됐음에도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노동운동 단체들과 함께 정권퇴진운동을 끝까지 벌여 나가겠다는 움직임이다. 쇠고기의 안전이 최종 목표가 아님을 명백히 드러낸 것이다.

광고주에 대한 ‘소비자 운동’ 역시 최종 목표는 신문시장을 좌(左)편향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도에 있다. 촛불집회 초기에 경찰이 불법시위자들을 연행하자 참가자 일부가 “나도 잡아가라”며 스스로 경찰버스에 오른 것과도 투쟁 양상이 꼭 닮았다.

소비자 운동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또는 품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소비자의 권리를 지키는 활동이다. 3대 신문의 광고기업에 대한 협박은 어느 모로 보나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반(反)소비자 운동일 뿐이다. 소비자에게 상품과 서비스 정보를 제공하는 광고행위를 방해하는 것은 소비자의 이익에 어긋난다. 기업은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광고를 할 때 어느 신문을 선택하느냐에 있어서는 소비자이기도 하다. 이때 독자가 많고 공신력과 독자의 구매력이 높은 신문에 광고를 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속하는 당연한 일이다.

또 광고주의 매체 선택은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이다. 일부 누리꾼은 기업을 상대로 3대 신문에 광고를 내지 말라고 위협한다. 그 대신 독자가 훨씬 적고 광고효과도 미약한 일부 좌파 신문에 광고를 내라고 강요한다. 이로 인해 신문광고시장은 실제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광고주의 선택의 자유를 빼앗는 이런 강요와 협박이 소비자 운동일 수는 없다.

지금 인터넷과 전화 속에 숨어 익명으로 벌이고 있는 광고주에 대한 조직적 협박은 단순한 형사범죄가 아니다. 촛불집회의 일부 배후세력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정권퇴진이나 일부 누리꾼이 자행하고 있는 언론재편 운동은 이 나라 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뒤엎으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우리 사회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체제다. 이것이 대한민국과 우리 헌법의 정체성(正體性)이고 지향점이다. 따라서 일부 세력의 빗나간 운동은 헌법에 정면 도전하는 혁명적 발상이다.

시민운동이 합법 정부의 정책 활동과 언론의 정당한 비판기능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변혁을 시도하는 것은 중대한 반사회적 범죄다. 이는 국법(國法)질서와 국가의 변란(變亂)을 꿈꾸는 행위다. 검찰은 광고주 협박 밑에 깔린 이 같은 사회적 성격을 깊이 천착할 필요가 있다. 5·16군사정변과 12·12쿠데타 이후에도 군부세력이 언론의 인위적 재편을 시도했지만 신문 판매부수와 광고시장 점유율까지 바꿀 수는 없었다. 익명의 비열한 광고주 협박을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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