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등지고 제주도서 활짝 웃는 민주당 사람들

  • 입력 2008년 6월 19일 23시 01분


정상적인 국회라면 18대 임기 시작(5월 30일) 7일째인 5일 첫 본회의를 열어 의장과 부의장을 뽑고 지금쯤은 상임위원장까지 선출해 의정활동 준비가 끝나 있어야 한다. 국회법에 명시된 규정과 정신이 그렇다. 그런데도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은 국회는 내팽개치고 그제 제주도에서 당대표 경선 토론회를 가졌다. 유력 주자인 정세균, 추미애 의원과 정대철 전 의원은 손을 맞잡고 활짝 웃었다. 그들의 웃음 위로 보름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국회의사당의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지금 우리나라 형편이 어떤가. 유류(油類), 곡물, 원자재 가격이 치솟아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9%를 기록했다. 2001년 6월(5.0%) 이후 이렇게 높은 적이 없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67억8000만 달러로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 90억 달러 이후 최대 수준이다. ‘제2의 외환위기’라는 걱정이 나올 정도이니 민생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정부가 8일 긴급 민생대책을 내놓았지만 문 닫힌 국회 앞에 그냥 쌓여 있을 뿐이다. 국회가 조세특례제한법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지방세법 등 관련법을 개정하고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해야 민생을 돌볼 수 있다. 그런데 국회는 언제 열릴지도 모르니 죽어나는 것은 서민뿐이다.

민주당은 틈만 나면 이명박 정부에 “인적쇄신을 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국회가 열려 있지 않으면 내각의 인적쇄신도 할 수 없다. 개각에 필요한 인사청문회 절차를 밟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민주당이 축제 분위기 속에 당권 경쟁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착각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제1책무는 의정활동에 있다. 당권 경쟁은 그 다음이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이 식물정부가 됐는데도 국민은 우리를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탄한다. 맞는 말이다. 제1야당에 주어진 책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당권 경쟁이나 하고 있으니 ‘대안’이 못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더 지탄받기 전에 국회로 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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