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행적을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을 굳히게 된다. 대처는 보수당 대표가 되고, 총리가 돼서도 지역구에 대한 열성(熱誠)을 잊지 않았다. 지역 보수당의 한 간부가 “대처 여사는 내가 27년 동안 함께 일한 사람들 가운데 가장 놀라운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지역구 관리에 소홀함이 없었다(박지향 저 ‘중간은 없다-대처의 생애와 정치’).
박 전 대표는 기본에 충실하고, 세상이 뭐라 해도 자기 할 일부터 묵묵히 해나가며, 이처럼 수기치인(修己治人)이 몸에 밴 대처를 새삼 평가하게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자기를 뽑아준 지역구민에게 열과 성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 국민의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게다가 영국도 우리도 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 한 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다. ‘박근혜 파워’의 원천(源泉)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뜻밖에 그런 ‘기본’에 도달하게 된다. ‘모성(母性)정치’라든가, 무슨 근사한 이름의 리더십이 아니라….
총선 열전(列傳)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도 빼놓을 수 없다. 강 대표는 버림(불출마)으로, 손 대표는 뛰어듦(서울 종로 출마)으로 열전에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은 1997년 대선 이후 강삼재 씨와 함께 ‘포스트 이회창’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때 이후 이름을 나란히 올리기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편자(編者)라면 열전에 넣더라도 맨 끝에 한두 마디 적고 말 것 같다.
박 전 대표가 “나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며 공천 결과를 비판하자 강 대표는 불출마의 칼을 꺼내 들었다. 그로서는 모든 것을 던지는 심정이었겠지만 무 하나 베지 못하는 ‘헌 칼’이 되고 말았다. 박 전 대표가 거창한 반격을 가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한 얘기는 그게 아니다”라고 했을 뿐이다. 손 대표는 마치 ‘독배(毒杯)’라도 드는 표정을 지으며 당 대표를 맡았지만, 정작 수술칼을 들고 손에 피를 묻힌 사람은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었다. 당 지지율도 지겹도록 15% 안팎이다. 손 대표가 곳간 열쇠를 쥐었다고 해서 살림이 나아진 게 없는 셈이다.
강, 손 두 사람은 당 대표로서 전국을 돌며 표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달성에서 꼼짝 않는 박 전 대표에게 쏠려 있다. 과연 무엇이 그런 차이를 만드는지 두 사람은 알까. 내가 보기엔 장수와 병졸의 차이쯤 되는데…. 그 차이의 크기부터 재봐야 답이 나올 것이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