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한]병상의 임수혁 우롱한 악플 범죄 그냥 둘건가

  • 입력 2008년 3월 3일 03시 00분


“고(故) 최요삼 선수처럼 장기기증 하지 그래.”

최 선수의 장기기증 이후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2000년 롯데 자이언츠 포수로 활약하다가 경기 도중 쓰러져 식물인간이 된 임수혁 선수에 대한 악성 댓글(악플)이 붙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광적인 10대 축구팬들이 야구팬을 자극하기 위해 올린 것이라고 하지만 입에 담지 못할 내용도 많다.

임 선수 가족은 이런 악플을 접하면서 또 한 번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 8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식이 깨어나길 기원하며 병상을 지켜온 임 선수의 아버지는 “누워 있는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모욕을 당해야 하느냐”며 울먹였다.

임 선수에 대한 인터넷 악플 논란이 확산되자 최근 보건복지가족부는 ‘뇌사와 식물인간 상태는 전혀 다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내기에 이르렀다.

정확히 말하면 임 선수는 뇌사가 아니라 식물인간 상태이므로 가족이 동의해도 장기기증을 할 수 없다. 식물인간은 수개월 또는 수년 후에 혹시라도 회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년 가까이 식물인간 상태에 있다가 의식을 찾은 사례가 있다. 뇌사는 뇌 전체가 손상된 것이지만 식물인간은 손상 부위가 대뇌의 일부에 그쳐 자발적인 호흡도 가능하다.

악플이 ‘얼굴 없는 살인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유명 연예인의 자살 사건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확인했다.

심리학자들은 “악플러는 일상생활에 자신감이 없고 심리적인 열등감으로 위축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에서 마음속에 억압된 감정을 마구 발산한다. 학생이나 무직자가 대부분이지만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도 의외로 많다.

악플 달기가 위험한 것은 알코올의존증이나 도박중독과 같이 강박적으로 반복하게 되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악플 달기에 빠져 본 사람들은 “끊기 힘들다”고 고백한다.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중독의 유혹은 더욱 강렬하다.

대다수 악플러는 사안에 대한 깊은 사고나 판단 없이 “그냥 재미삼아 올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심코 남긴 글 때문에 악플 당사자와 가족이 당할 심적 고통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다.

이진한 교육생활부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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