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선 출마 장차관은 아무 때나 사표 내나

  • 입력 2008년 1월 19일 03시 04분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주 초 장관들에게 “총선 출마하실 분들은 자유롭게 아무 때고 사표를 내고 준비하시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총선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는 선거일(4월 9일) 60일 전, 즉 2월 9일까지 현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노 대통령의 말은 꼭 시한에 맞춘다든지, 대통령의 눈치를 본다든지 하지 말고 편한 대로 그만두라는 뜻인 듯하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부하를 편하게 해주는 보스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임기 마지막까지 국정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대통령의 언행으로는 너무 가벼워 보인다.

정권 교체기를 맞아 공직사회가 뒤숭숭한 마당에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장차관이 많다. 장병완 기획예산처, 박명재 행정자치부, 이상수 노동부,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총선 출마를 위해 2월 5일 국무회의 직후 함께 사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교부 장관은 ‘출정식’에 해당하는 출판기념회까지 열었다.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도 출마설이 있다. 차관급 출마 예상자도 여러 명이다. 김영룡 국방부 차관도 이달 초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장차관들의 줄사표가 효율적인 국정 마무리에 지장을 줄까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아무리 챙긴다고 해도 주무 장관의 마음이 선거판에 가 있다면 제대로 인계인수가 이뤄지겠는가. 2008년 2월 24일 밤 12시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은 노무현이다. 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했지만 말로만 그럴 것이 아니라 퇴임하는 마지막 날까지 고위 공직자를 비롯한 공무원 사회를 감독하고 독려해야 한다.

충남 태안군에서는 어제 주민 40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여 기름 유출 재난 극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호소했다.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여러 부처가 협조해 서둘러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사안이다. 여야가 합의한 유류세 10% 인하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걸림돌인 쇠고기 개방문제도 청와대가 움직이지 않아 진척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런 현안들에 대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민에 대한 마지막 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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