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원홍]프로축구 선수, 3류 깡패도 아니고…

  • 입력 2007년 10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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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옷을 벗고 상체를 드러낸 채 욕을 하며 대든다. 상대방의 얼굴에 서로 침을 뱉어 가며 싸운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뭘 보느냐는 식으로 욕을 퍼붓는다.

한마디로 3류 깡패들이 벌이는 길거리 막싸움이다.

하지만 이는 국내 프로축구 경기 중 발생한 것이어서 어처구니가 없다.

더군다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을 비롯해 수천 명의 관중이 지켜봤고 TV를 통해 전국에 녹화 중계된 축구 경기장 모습이다. 3일 FA(축구협회)컵 4강 전남 드래곤즈-인천 유나이티드전이 벌어진 광양 전용구장.

인천의 방승환이 거친 태클로 퇴장 명령을 받자 상의를 벗어부치며 난동을 부려 그라운드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인천 코칭스태프도 거칠게 항의하며 경기를 중단시켰다. 일부 팬은 경기장에 이물질을 던져 경기를 방해했다. 경기장을 찾은 7500여 명의 축구팬은 참다 못해 짜증 섞인 야유를 보냈다.

이에 앞선 지난달 22일 프로축구 정규리그 인천-수원 삼성전. 인천의 임중용과 수원의 에두는 말다툼 끝에 서로 얼굴에 침을 뱉으며 싸웠다. 인천의 전재호는 거친 경기로 퇴장당하면서 중계 중인 TV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대고 보란 듯이 욕을 하고 나갔다.

팬은 안중에도 없는 행동이다. 창피한 것도 거리낄 것도 없다는 행동이다. 몰염치와 무례함의 극치다.

가뜩이나 국내 프로축구의 재미가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판에 이같이 어이없는 행동들이 일어나자 팬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그나마 열악한 국내 프로축구에 대한 격려의 목소리는 자취를 감췄고 온갖 비아냥과 조롱,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들이 자초한 것이다.

지나친 승부욕과 성적 지상주의, 판정에 대한 불신만 있을 뿐 그들의 존립 근거인 팬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데도 프로축구연맹은 벌금 200만∼500만 원과 한두 경기 출전 정지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면서 사태를 안이하게 바라보는 무책임함을 드러냈다.

자신들의 생명줄이자 밥그릇인 ‘축구판’을 스스로 망치고 있는데도 그들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 걸까. 정녕 아무도 찾지 않는 빈 경기장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싶단 말인가.

이원홍 스포츠레저부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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