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영섭]대선 공약 ‘성장’만큼 ‘환경’도 넣어야

  • 입력 2007년 10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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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연휴를 즐기고 있을 때 유엔에서는 반기문 사무총장 주재로 유엔기후변화 고위급회의가 열렸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의지를 결집하고, 1997년의 교토의정서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협상에 돌파구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지구환경 문제의 특징은 어느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1980년대 중반부터 각국 대표가 모여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국제협약을 통해 합의된 결과를 강제 이행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한국은 이산화탄소 의무감축 정책 등에 애매한 자세를 취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경제성장에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의 70%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국가로서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이해되는 면이 없지 않으나 중요한 것은 향후의 대책이다.

금년 들어 대통령 주재로 국가 에너지위원회가 열리기 시작해 탄소배출권시장을 만들어 운영하고, 온실가스감축 목표를 세우고,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이는 등의 기본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때늦은 감이 없지는 않으나 국가 차원의 대책회의가 열렸다는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겠다.

연말이면 제17대 대통령이 선출된다. 모든 후보의 제1정책은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있는 듯하다. 후보에 따라 다르긴 해도 현재보다 2, 3% 높은 경제성장률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약을 이행하려면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해야 함은 당연하다. 지금도 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4% 이상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6위인데 걱정이다.

후보 진영에서는 경제를 성장시키면서 에너지 소비는 줄이는, 강력하고도 혁신적인 국가 에너지 종합정책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개인 소비자나 기업의 윤리에 문제를 맡겨둘 만큼 여유롭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

동일 물품이라도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써서 생산된 제품은 적어도 에너지정책 선진국에서는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전개되는 온실가스 의무감축 정책에 유연하게 대처 또는 동참하겠다는 지금까지의 외교적 수사를 과감히 버리고 강력한 이행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기후변화 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국내의 영향 또는 방재 대책에 대해서도 후보 진영은 종합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제시해야 한다. 해양은 물론 육지의 생태계가 변한다거나, 폭염 폭설 폭우 강풍 황사에 의한 재난의 강도가 첨단과학의 예측을 넘어서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올해도 2003년 태풍 매미 때처럼 추석 직전에 태풍 ‘나리’가 통과해 제주도를 중심으로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최근 자연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는 자연재해가 있을 때마다 기상청이 예보를 정확히 했느냐 아니냐를 놓고 떠들다가 잠잠해지고 만다. 국내 대부분의 도시와 산업시설이 하천과 연안에 집중돼 재해에 치명적 약점을 지니고 있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국가의 생존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대재앙이 언제든지 올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대선 후보의 공약이나 토론장에서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정책에 대한 비전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개발계획도 좋지만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정교하고 치밀한 정책의 수립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은 이와 관련된 비전과 대응책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김영섭 부경대 교수 위성정보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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