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정아 씨의 ‘힘’은 어디서 나왔나

  • 입력 2007년 8월 31일 22시 07분


가짜 박사 학위로 동국대 교수가 되고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직까지 차지했던 신정아 씨의 배후에 대한 의혹이 부풀고 있다.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이 신 씨의 가짜 학위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전 동국대 이사인 장윤 스님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광주비엔날레 감독 선정에 박광태 광주시장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그제 ‘신 씨의 허위 학력 비리에 대통령수석비서관과 여권 대선 후보가 관련돼 있다’는 설까지 꺼냈다. 요약하면 신 씨를 둘러싼 ‘권력형 스캔들’ 의혹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은 “정권 실세가 개입한 권력형 청탁 의혹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광주비엔날레재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신 씨를 예술감독으로 선정하는 과정에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신 씨는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이사들도 모르게 한갑수 당시 재단 이사장을 만나 예술감독 내정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사회에서 김모 감사는 “내가 무엇 때문에 감사로 앉아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며 신 씨의 예술감독 선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최모 이사도 신 씨에 대한 검증 부족을 지적했다. 그런데도 신 씨는 검증받지 않고 예술감독이 됐다.

한 전 이사장은 신 씨를 단 한 번 만나 보고 예술감독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한다. 한 전 이사장과 박 시장이 과연 예일대 박사에 유명 미술관 큐레이터 출신이라고 믿은 것만으로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신 씨의 교수 임용 및 예술감독 선정에 권력 실세가 개입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청와대 변 실장은 신 씨의 가짜 학위 문제를 무마하려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1주일 이상 침묵하다가 어제서야 간단히 부인(否認) 해명을 했지만 전혀 무관하다면 왜 당장 직접 해명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변 실장 자신 선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인가. ‘배후의 몸통’을 숨기기 위한 모종의 작업이 진행된 것일까. 장윤 스님,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도 직접 해명을 피하고 있다.

동국대와 광주비엔날레재단의 고발로 신 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권력형 스캔들’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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