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백, 미끼를 덥석 물다

  • 입력 2007년 8월 29일 03시 01분


흑 75, 백 76 두 수를 눈여겨보자. 이 두 수는 프로기사들의 심리가 바둑의 승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 준다. 이 바둑에서 치열하게 오가는 두 기사의 심리를 대화체로 구성했다.

박 9단=중앙 흑 돌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백이 ○를 버리고 중앙을 틀어막을 수 있다. 흑 75로 미끼를 던져 백 ○를 노리는 척 해야겠다.

김 6단=흑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안으로 파고드네. 여기서 싸울 생각인가. 그 싸움은 자신 있다. 일단 백 76으로 받아 두자. 흑이 ‘가’로 끊으려나.

박 9단=흐흐, 백이 노림수에 걸려들었다. 처음부터 백 ○과 이전투구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젠 흑 77로 나가자.

김 6단=어! 이게 뭐야. ‘가’로 안 끊고 밖으로 나가다니. 속았다. 속았어.

백 76은 흑의 미끼를 덥석 문 패착이었다. 백 76으로는 참고도처럼 과감히 손을 빼고 좌변에서 패를 만들어야 했다. 중앙 백 ○은 팻감 공장이 된다.

이제 백 78은 생략할 수 없는데 흑 79로 백의 뿌리가 끊겨서는 모든 게 끝났다. 흑은 중앙 백을 잡고 99로 하변의 큰 곳을 차지해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후 수순은 총보.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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