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박유민/자고나면 생기는 학교앞 쇼핑몰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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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하나. 학교에 몇 십년 된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이 있었다. 규모는 작아도 안에서만큼은 싱그러운 자연을 음미할 수 있는 학생의 휴식처였다. 여기에 친구들과 모여 앉아 수다를 떨기도 하고 대동제 때는 영산 줄다리기를 위해 가닥가닥 줄을 꼬며 마음을 모으기도 했다.

지금은 숲이 절반으로 줄었다. 지하캠퍼스 증설 공사를 하기 위해 숲의 일부를 쳐냈기 때문이다. 방학이라 오가는 학생이 줄어 한산한 데다 반쪽짜리 숲 주변을 메운 공사 현장으로 캠퍼스가 삭막하기만 하다.

풍경 둘. 지난 학기 중 사회대 건물에 낙서판이 붙어 있었다. 주제는 ‘학교 앞에 들어섰으면 하는 시설을 자유롭게 적어 보기.’ 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고기집, 운동시설 같은 대답도 나왔지만 많은 학생이 문화공간과 서점을 꼽았다. 현재 학교 앞은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대형 쇼핑몰 및 옷가게 천지다.

지하캠퍼스가 완공되면 학교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될 것이다. 학교의 이미지를 제고함으로써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사 전후 학생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지하캠퍼스 증설 공사를 위해 숲의 일부를 들어내기 전에 학생의 의견을 묻는 과정이 없었다.

학교 주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학교 앞이라는 특수성은 고려되지 않는다. 교육문화 공간이 많아야 할 학교 앞은 상업시설로 뒤덮여 있다. 학교 앞인지 저잣거리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곳곳에서 아주머니들이 나누어 주는 전단을 받다 보면 어느새 가방이 수북해진다. 전단 대신 책을 읽고 싶지만 서점은 옷가게보다 드물다. 또 먹고 마시는 공간은 계속 늘어난다.

9월이 되면 학교 앞에 또 하나의 대형 쇼핑몰이 개장한다고 한다. 상점을 찾는 손님들이 걷고 싶은 거리가 아니라, 학생이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도록 학생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통로가 있으면 좋겠다.

박유민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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