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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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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폭 지역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 주민은 물론 모든 정당과 언론이 연일 그를 비판하고 있다.
미국의 로버트 조지프 핵비확산 담당 특사가 3일 “원폭이 아니었으면 더 많은 피해를 불렀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미일 간 마찰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국가의 안전보장을 책임지는 방위상이 핵무기 사용을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며 당연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분명 논란의 소지가 있다. 유일한 핵 피폭국인 일본의 각료로서 사임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피해자들의 분노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렇다면 일본인들에게 1945년 8월의 ‘원폭 투하’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일본인들이 규마 전 방위상을 비난하는 데는 ‘미국이 가해자, 일본은 피해자’라는 정서가 깔려 있다.
하지만 1945년 당시 상황과 그 후 지금까지 일본이 추구해 온 미일동맹 강화라는 현실논리는 일본인의 그러한 반발과 모순되는 점이 적지 않다. 제2차 대전의 일본 측 총책임자였던 쇼와(昭和) 일왕도 1970년대에 “원폭 투하는 유감이며 히로시마 시민들이 안됐지만 전쟁 중의 일이었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의 규마 발언 다음 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오자와 대표는 “미국의 원폭 투하에 사죄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아베 총리는 “북핵 위협하에서 미국의 핵 억지력이 필요한 현실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구상 유일한 피폭국’임을 강조하며 1994년 이래 매년 유엔총회에서 핵 전면 폐기 결의안 채택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한편으론 미국 핵우산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내가 당한 피해는 선명히 기억하면서도 남에게 피해를 준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의 집단정서가 그런 것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들의 편의주의적 과거사 인식이 안타깝기만 하다. 일본은 언제쯤 진심으로 과거를 반성할 것인가.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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