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득점왕 있으면 우승 못한다?

  • 입력 2007년 4월 11일 02시 59분


코멘트
프로농구 오리온스의 피트 마이클은 ‘핏마 교주’로 불린다.

왼손과 오른손을 자유자재로 써 가며 내외곽에서 폭발적인 공격력을 과시해서다. 정규리그에서 역대 최다인 평균 35.1점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고 9일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5판 3선승제) 2차전에서는 사상 첫 4경기 연속 40득점 돌파의 대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그가 쉴 새 없이 골망을 흔든 이 4게임에서 1승 3패에 그쳤다. 특히 오리온스는 4강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모두 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마이클에게 지나치게 ‘공격 쏠림’ 현상이 빚어지면서 조직력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마이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다 보니 다른 선수들은 좀처럼 공격 기회를 잡지 못했고 어쩌다 던지는 슈팅은 림을 벗어나기 일쑤였다. 4강전 들어 오리온스의 3점슛 성공률은 고작 18%. 마이클은 어시스트 능력이 모자라고 스크린 동작이 어설퍼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는 데 약점을 보였다.

패스가 뛰어나고 다양한 전술을 소화해 내는 모비스의 크리스 윌리엄스와 대조를 이룬다. 게다가 오리온스는 가드 김승현이 체력 저하와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어서 공격 루트가 더욱 단조로워졌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마이클이 많이 넣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나머지 국내 선수들의 득점을 묶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프로농구 10시즌 동안 득점왕을 배출한 팀이 챔피언을 차지한 경우는 딱 한 번밖에 없었다. 2003∼2004시즌 득점 1위 찰스 민렌드를 앞세운 KCC가 유일하다.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것도 KCC와 1997시즌 나래(득점왕 칼레이 해리스) 두 팀에 불과했다. 득점왕을 배출하고도 플레이오프조차 못 갔던 경우는 절반인 5개 팀에 이른다.

오리온스 역시 이런 징크스에 발목이 잡힌 것 같다. 농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