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열린우리 타이타닉’에서 뛰어내리기

  • 입력 2007년 1월 22일 2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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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이 어제 탈당을 선언했다. 염동연, 이계안 의원도 곧 탈당 대열에 가세할 예정이다. 이달 중에만 탈당자가 10여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창당 주역인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도 탈당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친노(親盧) 당 사수파-개혁 탈당파-보수 탈당파로 세 토막 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침몰하는 열린우리당호(號)에서 ‘먼저 뛰어내리기 경쟁’이라도 벌어질 태세다.

하지만 이들은 새로 만들려는 배가 어떤 배인지에 대해서는 자신들도 모르는 듯하다. 선장, 항로, 선원,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오직 ‘지금 뛰어내리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감만 번져 있을 뿐이다. 이런 정당에 한때나마 나라를 맡겼던 국민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라도 제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온갖 실정(失政)과 비정(秕政)으로 나라꼴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도 반성하는 빛조차 없다.

갈라서는 마당에도 서로 삿대질이다. 탈당파는 사수파를 ‘모험주의자’로, 사수파는 탈당파를 ‘배신자’로 부르며 목청을 높인다. 이제 와서 “당 노선이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다”고 당의 보수화를 비판하는 의원도 있다. 불과 3년여 만에 갈라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100년 갈 정당’ 운운하며, 우리 근현대사 100년을 파헤치겠다고 설쳐 댔나 싶다.

이런 와중에 정동영 전 의장은 지지모임인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출범식까지 가졌다. 출범식에는 2000여 명의 회원이 모였다고 한다. 정 전 의장이야말로 열린우리당호의 난파 책임으로부터 특히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대선 출정식을 연상케 하는 집회를 가졌고, 이 자리에서는 20여 명의 어린이들이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 운동권 노래를 부르기까지 해서 ‘동원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실정에 책임을 져야 할 집권정당은 사라지고 신장개업한 정당 이름으로 표를 얻겠다는 대(對)국민 사기극이 반복되고 있다. 간판 바꿔 달고 적당히 헤쳤다 모이기만 해도 다시 집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을 너무 우습게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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