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외톨이’ 한국 외교 아직도 北눈치만…

  • 입력 2006년 7월 2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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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최근 중국과 양국 군의 공동훈련과 장교 간 교류에 합의했다. 양국 간 공동훈련은 사회주의 중국이 출범한 1949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미국을 방문한 중국의 군부 2인자 궈보슝(郭伯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요구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거듭 천명했다. ‘잠재적 적국’인 양국 관계가 ‘상호 협력’ 관계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사례 중 하나다.

서로 으르렁거리던 중국 및 일본 관계도 바뀔 조짐이다. 2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는 2년 5개월간 중단됐던 중국과 일본의 차관급 안보대화가 다시 열렸다.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고집해 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만 물러나면 양국 간의 정상회담도 재개될 전망이다.

회담 한두 번 한다고 오랜 앙숙관계가 정리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동중국해의 자원분쟁에서 돌발적인 군사충돌을 피하고 양국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양국 지도부의 원모심려(遠謀深慮)가 깔려 있는 듯하다.

미국과 일본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對北) 결의안 추진과정에서 ‘찰떡 공조’를 과시했다.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갖고 있는 중국 역시 국제사회의 큰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한국은 이 과정에서 미국, 일본, 중국 등 어느 쪽과도 손발을 맞추지 못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북한의 반발 사이에서 우왕좌왕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과 세계 각국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몽니’ 부리듯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겠다며 눈을 부라리고 있다. 반면 미국은 유엔의 결의안을 근거로 대북 경제제재의 고삐를 바짝 잡아당길 태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계속 어정쩡한 태도로 나간다면 한국의 외교적 고립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조야에서는 “Korea(한국)…” 얘기만 나와도 연방 손사래를 친다고 한다. 한국이 전통적인 우방도 잃고, 새 우군을 얻은 것도 아닌 상황에서 그동안 공을 들여온 북한마저 등을 돌려 버리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 까닭은 과연 무엇인가. 삼척동자도 알 일을 정부의 정책결정자들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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