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메르켈 총리가 일으킨 독일경제의 훈풍

  • 입력 2006년 1월 6일 03시 03분


고질적 저성장과 고실업으로 ‘유럽의 환자’ 취급을 받아 온 독일경제가 힘찬 용틀임을 시작했다. 기업의 자신감은 6년 만의 최고, 투자자들의 자신감은 13년 만의 최고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한다. 실업률이 떨어지면서 소비 증가를 예고하는 소비자 기대지수 역시 7년 만의 최고치다. 3일 독일의 민간경제연구소 DIW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1.7%로 올려 잡았다.

독일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선 것은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업친화적 정책이 경제심리를 호전시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메르켈 효과’가 집권 6주 만에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메르켈 총리는 작년 11월 취임하면서 ‘경제 회생이 최우선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일하고 싶어 하는 국민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으로 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경제성장만이 독일의 복지사회 전통을 이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시장에 확실한 메시지를 던졌다.

물론 독일경제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연정(大聯政)의 양대 축인 우파 기민련과 좌파 사민당의 경제관이 달라 메르켈 총리의 기업친화적 정책도 제약을 받고 있다. 재계는 공공부문의 지출을 더 줄이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과감하게 깨는 개혁을 요구하는 반면, 공무원들과 노동계를 등에 업은 사민당은 이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한계 속에서도 메르켈 총리가 보여 주는 ‘시장에 대한 강한 신뢰와 시장경제 정책의 일관성’이 독일 경제의 숨통을 틔우고 있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한 달 만에 18%포인트가 올라 50%다. 노무현 대통령이 참고할 만한 일이다.

노 대통령은 임기 4년차에 들어섰다. 노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의 집권 6주보다 훨씬 길었던 3년간에도 국민의 경제심리와 자신감을 북돋우지 못했다면 자책(自責)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경제를 길게 봐야 한다며 2010년, 2020년의 ‘장미꽃’을 그려 보이고만 있어서는 실망을 기대로 바꿔 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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