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05년 대한민국 국회의 終章

  • 입력 2005년 12월 30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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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 없는 국회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 반대를 위한 장외투쟁에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새해 예산안, 이라크파병 연장 동의안, 8·31부동산대책 관련 법안 등을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일괄 통과시키기로 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당 국민중심당(가칭)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구색’을 갖추니까 단독국회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구색’을 강조한다면 과거 독재시대에 권력 측이 자행했던 ‘공작정치’와 다를 바 없다. 폭설피해가 큰 호남지역 등을 ‘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준다고 민주당을 유인하고, 시위농민 사망에 책임을 지워 허준영 경찰청장을 사퇴시켜 민노당을 끌어들인 것이 신판 ‘공작정치’가 아니고 무엇인가. 국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어제 부랴부랴 재난지역선포건의안을 의결하고, 허 청장은 사퇴 배경에 대해 “예산안 처리에 부담 주고 싶지 않아서”라고 밝힌 것이 그 증거다.

열린우리당은 종합부동산세법안을 밀어붙이고, 사학법을 날치기 처리하며 한나라당의 설 자리를 빼앗았다.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나간 뒤에라도 등원 명분을 주고 돌아오게 했어야 했다. 제1야당을 달래기는커녕 자극하는 발언으로 못 들어오게 막아 버려서야 집권 여당이라고 할 수 없다. 여당의 편협성과 정치력 부재(不在)의 결과다.

한나라당을 옹호할 생각도 없다. 국회의장의 사과와 사학법 재개정 요구 등 대응카드를 내놓고 등원해 예산안과 파병연장안을 다루는 것이 순리다. 한나라당이 “8조9000억 원은 기어이 깎겠다”고 했던 내년 예산은 고작 9000억 원이 삭감돼 본회의로 넘어갔다. 깎지 못한 예산의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장외투쟁을 할 각오였다면 사학법 처리과정에서부터 강력하게 대응했어야 했다. 그때는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다가 뒤늦게 강경으로 돌아서니 여론의 반응도 미지근한 것이다.

2005년 대한민국 국회의 마지막 모습은 여전히 3류인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확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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