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대년]쌀 경쟁력 위해 기업경영방식 도입을

  • 입력 2005년 12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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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안의 국회 통과로 농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농민단체의 반발은 ‘잃어버린 10년’에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10년간 쌀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쌀 농업의 구조개선 사업을 벌여 왔으나 취약한 농업 구조는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또 쌀 농업의 경쟁력 또한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10년간 쌀 관세화를 또다시 유예받는 대신 쌀의 의무수입량만 늘어나게 되어 쌀값의 하락은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지금 이대로 나간다면 앞으로 10년이 아니라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유예받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쌀 농업의 경쟁력은 크게 향상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세화로 들어가는 10년 후가 되면 그때는 관세부과율도 미국 등 쌀 수출국들의 압력에 의해 아마도 200%를 넘지 못하게 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될 경우 10년 후에는 오늘보다 더 어려운 여건에서 또다시 허둥대는 모습을 보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농업의 주체는 분명 농민들이지만 그들이 제대로 농업을 할 수 있도록 농업의 사회적, 기술적인 기반을 개방화 시대에 맞게 구축해 주는 일은 정부의 책임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 농업의 인프라 구축은 시장 개방 이전의 수준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실정이다.

관개수리시설을 포함한 대부분의 농업기반 시설은 논농사를 위해 설치된 것들이다. 5년 동안만 쌀농사를 짓지 않고 수리시설물들을 그냥 방치하면 이 나라의 농업 인프라가 폐허로 변해 버리고 말아 우리의 쌀 농업은 재생 불가능의 상태로 주저앉게 될 것이다. 대체작목을 심어서 쌀 농업의 비중을 줄인다고 해서 쌀 농업의 경쟁력이 강화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정책들은 농민정책으로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쌀 농업을 살리는 정책은 되지 못한다. 쌀 농업의 경쟁력 제고에 우리의 관심을 집중하기보다 농민들의 소득 보전이라든지 대체작목이나 들먹이면서 대처한다면 우리의 쌀 농업은 결코 살아남을 수가 없게 될 것이다.

이제는 쌀도 기업적인 방법으로 생산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소비하고 있는 소비재 중에서 기업적으로 생산되지 않고 있는 품목은 오직 쌀 등의 농산물뿐이다. 농민을 ‘농업인’으로 불러 준다고 해서 ‘농사’가 ‘농업’이 되지는 못한다. 이제는 우량 농지만은 말뚝으로만 네 땅, 내 땅을 구분하도록 하고 논두렁도 과감하게 허물어뜨려서 농업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기업적인 방법으로 경영을 하도록 해야 한다.

현대의 서산농장 매각만 해도 그렇다. 방대한 농장을 계획도시 설계하듯 계획농촌으로 설계하고 농업 및 농촌기반 시설을 확충하여 21세기 한국 농업과 농촌의 모델을 제시하는, 이름하여 ‘아산 신농촌’으로 개발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갈기갈기 찢어서 도시민들의 주말농장으로 매각해 버리고 말았다.

새만금 또한 같은 맥락에서 ‘새만금 신농촌’으로 개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만금은 식량안보적인 차원도 아니고, 복합산업단지 차원도 아닌 그야말로 한국의 미래의 농업과 농촌을 그리는 계획농촌, 신농촌의 모습과 내용으로 개발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에 의해 완전 탕감 조치된 이른바 수세, 즉 농업용수 사용료도 다시 부활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수혜자 부담 원칙의 상징적인 의미밖에 없던 미미한 금액의 농업용수 사용료를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무료화했는데 기업적인 영농방식 도입과 더불어 이것도 부활되도록 해야 마땅하다. 물도 더는 자연재가 아닌 경제재이기 때문에 “물은 알라신이 주는 선물”로 여기던 이슬람 국가들에서조차 이제는 농업용수 사용료를 받기 시작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농업용수를 공짜로 제공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김대년 동신기술개발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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