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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2월 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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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서울에서만 1만2000명이 조기 유학길에 올랐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선 올해 들어 30여 명이 외국으로 떠났다. 동반 가족 생활비를 포함한 유학연수비용은 작년 7조3800억 원에서 올해는 10조 원을 넘을 것이란 추정이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온 지 100일 됐다. 시장에선 ‘반짝 효과’도 시들해졌는가 보다. 일부 지역 집값이 대책 발표 직전 수준을 넘어섰고 국세청이 또 세무조사의 칼을 빼들었다. 반면 부산에선 올해 들어 10월까지 주택건설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줄었고 최근 1년간 신규 분양 승인 물량 중 18평 이하는 0.4%에 불과했다. 또 양극화다. 대책을 주도한 청와대는 “시간이 없다”며 관련 입법을 재촉하지만 부동산 업계는 시장 분위기와 정부의 의지를 견줘 보고 있다. 부동산 대책반은 ‘땅 부자, 집 부자’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비난해야 할 처지다.
정부가 국민을 ‘정책의 소비자’라고 말할 때 진심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정책을 따르지 않거나 심지어는 다른 공급자를 찾아 외국으로 가기도 하는데 정부 서비스는 별로 바뀌지 않는다. 어디 세금, 부동산, 교육 분야뿐이랴.
올해 경영계의 최대 화두로 ‘블루오션’이 꼽혔다. 기업이나 공공부문이 무한경쟁(레드오션)에서 이기려는 종래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시장을 창출해 경쟁 없는 성공(블루오션)으로 나가자는 전략이다. 기업들은 ‘고객보다는 비(非)고객을 관찰해 새로운 고객층을 찾아내라’는 명제에 몰두해 새 상품, 복합 상품, 새로운 서비스로 시장을 만들어 냈다.
국민 접촉이 많은 일선 행정기관은 크게 바뀌었다. 관세청 병무청을 찾았을 때 담당 공무원은 ‘고객님’에게 업무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대기시간을 예고해 주기도 했다.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 방안을 자랑하는 ‘한국 개선 스킬 경진대회’에서 민간기업들과 솜씨를 겨루는 행정기관, 공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은상을 받은 김용판 서울성동경찰서장은 직원 633명에게서 받은 개선 방안을 분석해 민원처리 절차를 대폭 단축했다. 6∼8종의 도난신고서가 하나로 통합됐다. 불편해 하는 소비자 처지에 서서 블루오션을 찾아 본 것이다.
중앙부처, 정책부서에선 이런 개념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고객도 무시하기 일쑤인데 비고객을 누가 챙기겠는가. ‘일단 편을 가르고 우리 편이 아니면 괴롭힌다’는 정권 지침이라도 있는 걸까. 좋은 점수는 받고 싶은지, 지금껏 민간에 주로 맡겨 온 국정평가를 국무총리와 장관 등이 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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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블루오션을 강조했다는 노무현 대통령도 한계가 뚜렷하다. 7월 언론간담회에서 ‘정책에 블루오션 개념을 도입하면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블루오션은 기업인들이 시장에서 찾아라. 정부는 그 시장을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한가롭게 대답했다. 고칠 게 많은 정부에 더 필요한 건데….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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