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우리銀 신참 포워드 장예은 “코트는 행복공작소”

  • 입력 2005년 12월 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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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 기자
김재명 기자
“제겐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에요.”

여자프로농구(WKBL) 춘천 우리은행 신인 포워드 장예은(18). 혼혈아인 그는 지난달 8일 신인 드래프트에서 우리은행에 1순위(전체 5순위)로 지명 받은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6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밝고 씩씩한 모습의 그를 만났다.

● 어린 시절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아버지는 군인이었어요. 성이 콜린스라는 것만 알아요. 남동생 둘이 있는데 내가 네 살 때쯤 아버지는 동생들만 데리고 미국으로 갔어요. 이후로 어머니(장영심 씨·50)는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 단칸방 집을 얻어 살면서 홀로 저를 뒷바라지하셨죠. 식당일도 하고 공사장 일도 하다가 건강이 안 좋아져 2년 전부터는 일을 못하세요. 저요? 외모 때문에 놀림 많이 받았죠. 어릴 때는 몰랐는데 크면서 속상한 일이 많았어요. 올해 초 있었던 일인데요. 집에 가는 버스에서 어떤 젊은 여자 2명이 절 보면서 계속 웃는 거예요. 그 사람들 내릴 때 따라 내려서 ‘왜 그랬느냐’고 따졌죠. 저, 최근에는 영어공부 시작했어요. 언젠가 동생들 보러 가려고요.”

● 농구

“문산동초교 다닐 때 멀리뛰기를 했어요. 4학년 때 교회 목사님이 그 키에 농구를 해보지 그러냐고 하여 농구부가 있는 은평구 선일초교로 전학갔어요. 집에서 버스로 2시간 가까이 걸려요. 새벽에 일어나고 밤늦게 귀가했죠. 힘들었지만 그래도 농구가 좋았어요. 그때부터 프로농구 선수를 꿈꿨죠. 레이업 슛과 리바운드가 특히 자신 있어요.”

장예은은 초등학교 때 키가 164cm에 서전트 점프가 60cm를 넘었다. 덩크슛도 할 수 있어 당시 방송에도 출연했다. 선일중 3학년 때는 회장기 전국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 신인 드래프트 지명 순간

“정말 자신 없었어요. 혼혈아인 저를 누가 선수로 뽑아줄까 했어요. 숙소에서 동료들과 이불을 뒤집어쓰고 기다리고 있는데 친구가 소식을 전해줬어요. 눈물이 정말 펑펑 쏟아졌어요. 믿기지 않았죠.”

장예은은 최근 4인조 여성그룹 빅마마의 크리스마스캐럴 뮤직 비디오에 엄마와 함께 출연했다. 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 엄마에게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어주는 내용.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네요”라고 물었더니 장예은은 미소를 지으며 “이제 정말 농구에만 전념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박명수 우리은행 감독은 “초등학교 때부터 관심 있게 지켜봤는데 가능성이 많은 선수”라고 칭찬하면서 “지금 당장은 아니고 3∼4년 뒤쯤 좋은 선수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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