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수원]‘2차 BK21’ 공정성 보완해 추진하자

  • 입력 2005년 9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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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기획된 ‘두뇌한국(BK)21’ 사업의 목적은 대학의 경쟁력 확보와 인재 육성이었다. 1기가 마무리되면서 이제 그 2기가 기획되고 있다. 요즈음 1기 사업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나오는 것은 ‘좀 더 잘할 수 있다’는 격려의 소리라고 생각한다.

비판의 요지는 매년 2000억 원이 투입됐지만 연구의 경쟁력 측면에서 성과가 미흡했고 대학의 제도개혁은 전혀 약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옳은 지적이다. 당초 한두 분야를 집중 지원하려던 시도가 11개 분야로 확대되었고 예산도 쪼개져서 대학개혁을 동시에 추진하기에는 역부족이 되었다. 정부에 길들여진 대학도 제 목소리보다는 개혁 흉내 내기에 바빴다.

반면에 연구의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나름대로의 효과가 컸다. 일본과 중국이 이 사업을 벤치마킹할 만큼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의 수는 급격히 늘었고 교수 및 강의 평가제도, 그리고 연구비 중앙관리체제 확립 등도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왜 비판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일까?

첫째, 사업 초기에 연구 집단의 최소 교수 수를 강조하여 중소 규모 대학의 반발이 지속됐다. 둘째, 시발점과 종점 사이에 정류장이 없어 초기에 승차하지 못한 많은 대학에 재도전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다. 셋째, 평가는 매년 했지만 객관성이 결여돼 누가 봐도 주먹구구식이었다. 넷째, 각 사업단의 특성화 목표(학생 비율, 영어 강의, 취업률, 학생의 만족도)를 관리하는 객관적 지표가 확보되지 않았다. 다섯째, 개개 사업단은 구조개혁의 큰 그림을 몰랐고 모든 대학을 단거리선수로 만들어 등수 매기기에 급급했다. 이에는 교육의 성과를 획일적인 경제적 잣대로 관리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

이제는 대학사회의 분위기가 적절히 조성되었다고 본다. 이제는 일방적 비난보다는 모두가 참여하여 솔직하고도 합리적인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SCI 논문에 허수가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우선 작년에 시작한 지방대학 육성사업인 ‘누리사업’이나 여타 국가 차원의 연구지원사업들과 BK21 사업을 연계해야 2차 BK21의 재원이 더욱 효율적으로 집행될 것이다. 또 본 사업을 대학-정부-산업체 간의 연결고리로 활용하기 위해 자율적 산학협동을 강조하고, 업적평가의 중심을 특허나 실용화 실적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대학 내부에서는 과감한 살빼기(정원 감축)와 국제화를 위한 영어 강좌, 수요자 중심적 교과과정 개편, 외국 학생 유치 및 유학생 파견 사업 등이 필요하다.

과감하게 들릴지 몰라도 2차 BK21의 선정 방식으로 지원사업단 각자가 각자의 사정에 맞는 자율적인 특성화 사업계획을 짜고 그 계획을 뒷받침하는 증거자료를 같이 제출하면 이를 평가 선정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만하다.

가장 중요하지만 1차 BK21의 맹점이었던 ‘사업평가의 합리성과 객관성’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특정 대학이나 지역을 지원하는 듯한 자격 요건(교수 수, 연구 분야 등)을 없애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할 분야가 있다면 확실히 밝혀 학문의 자유를 존중하고 경쟁을 유도하자. 둘째, 평가지표가 도중에 오락가락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평가단도 결과와 함께 실명으로 운영하자. 셋째, 중간평가에 따른 탈락률을 높여 모든 대학이 긴장하고 경쟁하도록 유도하자. 넷째, 2기 BK21 사업에 대한 평가 관리 지도를 수행할 중립기관을 설립하고 기관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하자.

대학사회는 그 역사만큼 복잡하고 구성원 수만큼 까다롭다. 그러나 10년 후 우리 경제의 성장은 지금의 교육 및 연구정책에 의해 결정될 것임을 명심하자.

김수원 고려대 교수·공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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