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 공직사회 흔드는 ‘선거 熱病’

  • 입력 2005년 9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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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이나 남은 내년 5월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 공무원 사회가 벌써부터 ‘선거 열기(熱氣)’에 휩싸이고 있다. 출마 희망자들은 앞 다퉈 파벌을 조성하고, 공무원들이 이들에게 줄을 서느라 바쁘다고 한다. 지방의원 유급제가 시행되는 데 따라 의원 자리를 노리는 공무원이 늘어나면서 기강 해이도 심해지고 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본연의 직무에 소홀하고, ‘군수파’니 ‘부(副)군수파’니 하는 파벌 다툼은 공직사회를 정치판처럼 변질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방행정이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다. 지방 살림도 선거용으로 악용(惡用)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일부 단체장은 세금으로 선심성 예산을 집행하고, 선거용 인사(人事)로 말썽을 빚기도 한다. 득표에 도움이 되는 사안은 인·허가를 내주면서, 주민이 반발할 소지가 있는 사안은 적법하고 필요한데도 불허하는 불공정 서비스 사례도 적지 않다. 민원처리가 표심(票心)에 따라 춤추는 셈이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도입되면서 돈을 주고 당원을 사는 일도 전국적 현상이 됐다. 여야 모두 올해 들어 당원이 수십만 명씩 늘었는데, 출마 희망자들이 당내 경선(競選)에 대비해 당비를 대납(代納)해 준 경우가 적지 않다. 선거에 나서려는 공직자들이 업무는 제쳐 두고 당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직 공무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6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그 전에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조항에도 저촉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금까지 공무원의 탈법 불법 사례 43건을 적발했지만 주민의 체감도(體感度)와는 차이가 많다. 선관위는 더 엄정해야 한다. 유권자인 국민도 탈법 불법 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고발할 뿐 아니라, 민생행정을 제쳐 놓고 선거에만 매달리는 출마 희망자들을 똑똑히 기억해 뒀다가 낙선시킬 일이다. 유권자가 더 무서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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