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규진/부부(夫婦) 재무분석사

  • 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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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 금융시장에서 발을 뺀 ‘소버린 자산운용’은 2년여 동안 SK㈜ 주식 투자를 통해 1조 원 가까이를 벌었지만 세금은 고작 149억 원을 냈다. 소버린 소유주인 챈들러 형제는 뉴질랜드 최고의 부자가 됐다고 한다. 올해 초 제일은행을 매각한 미국의 뉴브리지 캐피털도 1조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금융시장은 외국 투자가들에게 거의 ‘봉’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한국은 사업하기 힘든 곳이지만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말로 조롱할 정도다.

▷외국 투자가들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배운 최첨단 지식과 기술을 후진적인 한국의 금융시장에서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금융 산업의 경쟁력은 전문 인력에 달려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2004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금융 전문인력의 경쟁력이 45위로 홍콩(11위), 싱가포르(15위)에 크게 뒤진다. 전문인력의 비율도 9%로, 50%대인 싱가포르나 홍콩에 비해 낮다. 막대한 국부(國富) 유출은 인재 양성을 소홀히 한 대가인 셈이다.

▷요즘은 우리 금융인들도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고 한다. 미국 공인 재무분석사(CFA), 재무위험관리사(FRM), 보험계리사(SOA) 등 국제 전문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 수강은 물론 점심시간에도 관련 책과 자료들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한다. 직장인이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해본 사람만이 안다. 이들이 흘린 땀이 한국 금융의 선진화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국민은행 본점의 부부 행원인 최동오 대리와 송미숙 대리가 최근 CFA 자격증을 따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주경야독(晝耕夜讀) 3년여 만에 이룬 겹경사라고 한다. CFA는 금융계에서 3단계의 엄격한 시험을 통과해야 얻을 수 있는 재무 분야 최고 권위의 자격증이다. 최-송 부부가 뉴질랜드 금융시장에 가서 챈들러 형제가 한국에서 긁어간 1조 원의 몇 배를 되찾아오는 신화를 창조했으면 한다.

임규진 논설위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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