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統制로 치닫는 정부, 멀어지는 경제 回生

  • 입력 2005년 7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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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발전과 국가번영을 견인해 온 자유시장경제가 최근 들어 더 흔들리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시장에 대한 통제(統制)욕구와 관치(官治)행태가 개발독재 시대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정부 여당은 ‘정책의 실패’를 ‘시장의 실패’ 탓으로만 돌리면서 시장경제의 존립 근거인 사유(私有)재산권에 대해서까지 ‘넘어서는 안 될 선(線)’을 넘어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이 활성화되기는커녕 기능을 잃어 가고 있으며, 투자와 소비 위축이 장기화되고, 돈과 사람의 해외 탈출이 가속화되는 걱정스러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가 개입해 사유재산까지 공유화(公有化)하려는 반(反)시장적인 정책을 잇달아 추진하면서 헌법질서의 근본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쇠뿔 고치려다 소를 죽이는’ 경제의 일대 후퇴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전문가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노 정권은 국민 재산인 세금을 무한재(無限財)나 되듯이 무리하게 거두어 방만하게 관리하고, 국민이 위탁한 공직(公職)을 권력의 전리품(戰利品)처럼 ‘내 코드’ 사람들로 채우며 ‘비효율적인 큰 정부’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규제와 통제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부는 비대해질수록 오히려 국가자원 배분의 왜곡을 심화시킬 뿐이다.

최근 전국 곳곳의 땅값과 집값 급등은 ‘하나만 보고 둘을 보지 못한’ 정책들이 빚어 낸 ‘종합적인 정부 실패’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400조 원을 웃도는 시중 부동자금을 생산적인 투자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도를 일관되게 추진하고 기업 환경과 시장 환경, 그리고 사회 분위기를 그 방향으로 이끌었다면 지금과 같은 부동산 광풍은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토를 전면 개조하려는 듯이 행정특별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의 계획을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였다. 또 효율성과 지역연관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176개 공기업의 이전계획을 발표했다. 주택정책에서는 시장의 정상적 수요를 외면하고 중(重)과세 등 수요 공급 억제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을 고집했다. 땅값 및 일부 지역 집값의 급등과 상대적인 양극화(兩極化) 심화는 그 결과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응에는 정치적인 접근이 앞선다. 민간 투자심리를 회복하고 국가 성장동력(動力)을 되살리기 위한 종합처방은 없이 ‘표적 부동산 때려잡기’가 경제정책의 최종목표인 것처럼 대응한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은 잡겠다’며, 노태우 정권 때 시행했다가 위헌(違憲)판결까지 받은 토지 공(公)개념을 일부 재도입하려는 것도 그런 사례다. 정부는 또 5만여 부동산 자산가의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었다. 사유재산권 침해가 국민 경제심리에 미칠 악영향이 더 클 수 있는 상황이다.

국토가 좁은 우리 실정에서 부동산이 공공재(公共財)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재산권 행사에 대한 제약은 극히 예외적으로만 허용돼야 한다. 더욱이 집값 땅값 급등의 근본요인인 수요공급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부동산의 소유와 거래를 직접 통제하겠다는 것은 ‘속병 든 사람에게 소화제 주겠다’는 것과 같다. “1980, 90년대 남미의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 정권들이 빈부(貧富)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가 국부(國富)유출로 경제를 붕괴시켰던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모든 문제를 틀어쥐고 관치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이 정권이 그토록 혐오하고 매도해 온 ‘박정희 시대’의 잘못된 유산을 꺼내서 재활용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 정부는 스스로 자기모순에 빠져 있는 셈이다.

사유재산권에 대한 위협은 이미 국부 유출에 한몫하고 있다. 해외 이민자들의 재산 반출액은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1조 원을 넘어섰다. 가계 소비에서 해외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1%에서 3.6%로 늘어났다. 미국 일본의 세 배 수준이다. 더욱이 국가권력에 의한 재산권 침해와 통제가 심해지면 다시 지하(地下)경제가 확대될 우려 또한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오기(傲氣)’와 ‘코드’를 버리고 원점으로 돌아가 순리(順理)에 따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의 결을 살려 그 기능을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이 경제회복의 지름길이다. 정권이 봉착하고 있는 정치적 위기 탈출의 열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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