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골수 人事’가 레임덕 앞당긴다

  • 입력 2005년 6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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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최전방 초소(GP) 총기난사 사건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辭意)를 밝힌 윤광웅 국방장관의 유임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윤 장관이 ‘국방개혁의 적임자’이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열린우리당의 분위기도 당초 ‘문책 불가피론’에서 ‘대안 부재론’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민심의 기류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우리는 본다.

윤 장관의 사의 표명은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주무장관으로서 당연한 처신이다. ‘여론재판’의 결과가 아니라 ‘책임행정’ 차원에서 그렇다. 지난해 7월 윤 장관이 부임한 뒤 군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는 육군 장성진급 비리사건을 시작으로 훈련병 인분 가혹행위, 어부 월북사건, 전방 철책선을 통한 월북 및 북한 병사 침투사건, 해군의 특수전 훈련용 고속단정(RIB) 유실사건 등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국방개혁의 적임자가 윤 장관뿐이라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국방개혁의 궁극적 목표가 강군(强軍)을 만드는 것이라면 그가 부임한 뒤 기강(紀綱) 해이를 보여주는 사건이 잇따랐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장관 실격(失格)’이다.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개혁’에 대한 군내 반발도 만만찮다.

고교 동문인 윤 장관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집착을 두고 학연과 코드에 얽매인 ‘외골수 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해군 작전분야의 경력밖에 없는 윤 장관이 아니고서는 전군(全軍)의 개혁을 이끌 수 없다고 한다면 현 정부의 인재풀 운영과 인사관리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투쟁형 지도자들은 위기가 닥치면 측근들로 보호막을 치는 경향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옷 로비 의혹사건 이후에 보인 행보도 그랬다. 노 대통령이 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이나 여론에 밀리지 않겠다는 오기(傲氣)를 보이는 것이라면 더 걱정스럽다. 이런 심리와 자세라면 민심 이반을 가속화시켜 레임덕을 스스로 앞당길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국정쇄신의 계기를 잡기 위해서라도 국방장관 유임에 매달리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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