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선우석호]내 재산은 내 노후를 위해

  • 입력 2005년 6월 2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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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나이가 들고, 일에서 떠나 노년을 맞게 된다. 노년의 안정된 삶을 꾸리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은 권력 구조와 가족사회의 근간을 이룬 하나의 요소가 되기도 했다. 군주의 종신제나 가족 내 자원 배분에서 고령자의 절대적 권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산업화가 시작된 이후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이런 제도는 퇴색되었다. 그동안 노년의 삶을 지탱해 왔던 가족제도는 퇴직 후 일정액의 생활비를 받는 연금제도로 대체되었다.

요사이 나이 사십만 되어도 ‘사오정’ 분위기 속에 불안해진다. 수명이 길어진다니 퇴직 이후 90세까지의 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이 싹트게 된다. 자녀교육이 끝나는 50대에 이르면 걱정은 깊어지고, 60대에 이르면 현실의 문제가 된다. 젊어서 크게 벌어 놓은 것도 없고 연금수혜자도 아닐 경우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노년의 삶과 관련하여 몇 가지 오해가 있다.

첫 번째 오해는 퇴직 후에 소비가 그전보다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은퇴 전보다 의료비 등 값비싼 지출이 늘어난다. 육체적으로 노쇠한 만큼 주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고, 체면을 지키는 데도 돈이 꽤 든다. 선진국에서는 노년의 소비가 은퇴 시점 수입의 130% 정도를 유지해야 위엄을 지키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본다.

두 번째 오해는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만∼3만 달러 시대에 돌입하면 공적연금이 노년의 소비를 대부분 해결해 줄 거라는 믿음이다. 그렇지 않다. 선진국일수록 고령화가 빨리 진전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는 놀랄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00년에 고령화 사회(65세 이상의 비중이 7% 이상인 사회)에 이르렀는데 2018년이 되면 고령사회(〃 14% 이상)가 된다. 선진국이 100년 걸린 고령사회로의 진입이 18년 만에 이뤄지는 셈이다. 노인 1명당 부양자 수는 2000년 9.9명에서 2050년에 1.4명으로 줄어든다. 즉 경제성장 속도보다 부양자 수 증가속도가 더 빨리 늘어나 재정에 의존한 공적연금은 제 구실을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노년의 삶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며 장기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공적연금, 사적연금, 금융자산, 부동산을 흔히 노년 문제를 해결할 ‘네 개의 축’이라 부른다.

공적연금은 국민연금 등을, 사적연금은 개인연금과 기업연금을 말하며 금융자산은 저축 채권 주식뿐 아니라 이로 구성된 다양한 간접투자펀드를 가리킨다. 그리고 부동산은 거주 주택 이외의 부동산, 거주 주택을 줄였을 때 발생하는 여유자금, 또는 선진국형 ‘역(逆)모기지론’이다. 최근 정부가 활성화 의지를 밝힌 역모기지론은 사는 집을 금융회사에 담보로 맡긴 뒤 연금 형태로 생활비를 타 쓰는 상품으로, 연금 기간이 끝나면 금융회사가 집을 처분해 원리금을 회수한다. ‘재산은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라는 전통 관념과는 달리 ‘내 재산은 내 노후를 위해’ 쓰는 방식이다.

이상의 네 개 축이 균형을 이루면서 죽는 날까지 넉넉한 소비를 지탱해 나간다면 성공작이다. 따라서 노년이 될수록 투자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지난 15년간의 저축, 주식, 부동산의 수익률을 보면 부동산이 가장 높았고 주식은 마이너스였다고 한다. 이는 위험을 고려할 때 수익률이 뒤집힌 것으로 자본시장 원리에 반하는 이 같은 전도(顚倒)현상이 지속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밖에 해외투자도 눈여겨볼 만하다.

고령화로 가면서 사회·정책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도 대비가 있어야 한다. 개인의 자립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는 금융규제 철폐 및 장기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시장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선우석호 홍익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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