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코리아]<12>상호존중 호칭

  • 입력 2005년 6월 2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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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 이 서류 교무과에 좀 제출해 주세요.”

“네, 선생님.”

서울대 사범대 윤정일(尹正一·교육학과) 학장과 조교 김영빈(31·여·박사과정) 씨의 대화다. 이 대학은 교수와 학생 모두가 서로를 ‘선생’이라 부른다.

윤 학장은 “우리는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을 동료 연구자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교육계와 일반 기업 등을 중심으로 상호간의 벽이 되는 호칭을 존중하는 마음이 담긴 수평적 용어로 바꾸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직책을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적 의식을 버리고 인격체 중심의 대화의 창을 회복하자는 것.

대기업 가운데서는 CJ가 2000년부터 모든 직책에 상관없이 ‘○○님’으로 부르도록 통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지만 곧 보다 대등한 위치에서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관련 계열사로 확산되고 있다.

CJ 주호현 홍보부장은 “우선 개개인의 이름을 다 알아야 하기 때문에 서로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며 “또 화를 낼 때도 ‘아무개님’이라고 부르며 말하려다 보면 소리치는 것보다는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져 회사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타 업체로도 점차 확산돼 태평양,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에서도 모든 직위 대신 ‘님’이나 ‘씨’로 통일해 부르고 있다.

최근엔 상명하복의 군기가 절대원칙인 군부대에서도 점차 언어순화를 유도하고 있다. 2003년 말부터 장병들에게 자존심과 인격에 심한 모멸감을 줄 수 있는 쫄따구(신병), 말똥(영관장교), 밥풀(위관장교), 딸랑이(전속부관) 등의 멸시성 은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이 선고된다.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文龍鱗·전 교육부 장관) 교수는 “남을 배려한다는 것은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올 때 가능하지만 평소의 언어 습관이 이를 유도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제2부 이런 주제 나왔습니다.

<1>내가 겪은 ‘배려’들(4월 2일)

<2>대학가 자성운동(4월 9일)

<3>애완견 에티켓(4월 16일)

<4>흡연 에티켓(4월 23일)

<5>운전 에티켓(4월 30일)

<6>집회문화(5월 7일)

<7>아파트 공동체문화 복원(5월 14일)

<8>직장 내 임신부 보호(5월 21일)

<9>대형병원 고객감동 경영(6월 4일)

<10>기업內 칭찬 릴레이(6월 11일)

<11>네티켓 지키기(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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