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코리아]<10>기업內 칭찬릴레이

  • 입력 2005년 6월 11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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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님, 제가 입원했을 때 병문안 오셨는데 감사하다는 인사도 못 드렸네요. 감사합니다.”

“OO님, 오늘 현장개선 아이디어를 내고 또 이를 바로 실천하는 모습이 귀감이 됐습니다. 수고하세요.”

“오늘 사업부 계단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는 타 부서 직원을 △△씨가 옷을 다 버려가며 돕는 걸 봤습니다. 님의 희생정신에 박수를!”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사업부 사내게시판에는 오늘도 칭찬, 감사, 격려의 글이 500여 건이나 올라와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른바 ‘직장동료 칭찬하기 프로그램’ 덕분.

동료의 작은 선행을 발견해 알리면 칭찬을 많이 받은 사람이 아니라 타인의 선행을 많이 소개한 사람이 월말에 상을 받는다.

상품은 사탕 한 봉지나 도서상품권. ‘프레이즈 인덱스(praise index)’, ‘웨일 던(whale-done)’ 등 각 부서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난 프로그램이라 이름이 제각각이다.

지난해 1월 이 제도를 처음 기획한 생산(FAB)3팀 최병일(33) 씨는 “사원 간에 관심을 좀 갖고, 칭찬에 인색한 우리 문화를 좀 바꿔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올 4월부터 비슷한 문화를 정착시킨 마케팅3그룹 이붕래(43) 차장은 “칭찬할 대상을 찾다가 스스로 모범적인 생활태도와 긍정적인 사고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기업의 사내전산망을 통한 게시판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이처럼 동료를 칭찬하는 기업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경쟁만이 강조되는 바쁜 일상 속에서 서로의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려는 여유를 찾자는 취지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이달부터 직원의 미담사례를 소개해 추천을 많이 받은 사원에게 상품을 주는 ‘문화 포인트제도’를 도입했다. 코오롱정보통신은 ‘칭찬쿠폰-베스트프렌즈’제도로 선행을 많이 한 임직원에게 저녁 식사권과 초콜릿 1박스를 준다.

또 안철수연구소도 다른 부서의 선행 직원을 분기별로 추천해 상을 주는 ‘프렌드십 어워드’ 제도를 올 초부터 실시 중이며, CJ홈쇼핑의 ‘칭찬릴레이’ 프로그램은 매달 2명의 직원이 다음 추천자를 지목한다.

같은 부서나 관련 부서 직원은 추천대상에서 제외한다. 사무실 벽과 책상 칸막이로 단절된 부서 간, 개인 간 단절의 벽을 넘기 위해서다.

CJ홈쇼핑 인사팀의 현이슬(30) 씨는 전화벨이 3번 이상 울린 뒤 받으면 “늦게 받아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점을 칭찬받았다. 이 회사 서정(徐定·45) 상무와 박진호(38) 쇼호스트는 장애 아동을 돌봐주는 자원봉사에 꾸준히 참여해 온 사실이 알려졌다.

박 씨는 “남을 칭찬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자꾸 접하다 보니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걸 느꼈다”며 “남의 좋은 점을 배우려고 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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