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승직]기능올림픽 대표, 그들이 희망이다

  • 입력 2005년 5월 3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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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38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서 국위를 선양하고…어떠한 역경과 어려움도 이겨내고 충실하게 훈련에 임하여 반드시 세계 최고가 될 것을 다짐합니다.”

이달 19일부터 보름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제38회 국제기능올림픽에 참가하는 39명의 대표 선수들은 매일 아침 이렇게 다짐한다. 정해진 일과 외에도 대부분의 선수는 밤 12시까지 고된 보충 훈련을 받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정신 집중과 체력 단련의 일환으로 해병대 훈련을 받기도 했다. 어느 누구하나 따뜻한 격려를 해주거나 관심을 갖는 이 없는 비인기 분야의 국가대표 선수의 현실을 지켜보면 어린 선수들이 대견스럽기도, 안쓰럽기도 하다.

국제기능올림픽은 1950년 서유럽 국가들이 중심이 돼 제1회 스페인 마드리드대회를 시작으로 2년마다 열리는 기능인의 세계 제전이다. 39개국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한국은 1967년 제16회 스페인 마드리드대회부터 참가했는데 지금까지 종합 우승 14번, 준우승 3번, 3위 2번을 차지해 자타가 인정하는 기능 강국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통적 기능 강국인 독일을 비롯해 스위스 오스트리아 프랑스 일본 등이 부상하면서 기능올림픽은 더 이상 우리만의 무대는 아닌 것 같다.

국제기능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나도 한번 세계 최고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하는 수많은 실업계 학생들의 희망일 뿐 아니라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핵심 기능 인력이다. 지금의 실업 교육이 직업 교육이라기보다는 대학 진학이 주된 목표가 된 현실을 고려할 때 이대로 가다간 기능 강국은커녕 국가 기간산업을 위한 인력조차도 양성하지 못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될까 염려된다. 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는 세계 최고의 기능 인적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국가 경제 발전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발전한다 해도 기능 인력만이 감당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 있는 것이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 대부분은 실업계의 직업교육 시스템을 시대 변화에 맞춰가며 능동적으로 대처해 왔다. 그 결과 국가가 필요로 하는 기능 인력의 저변을 확대하고 기능인의 사회적인 대우와 보장 등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제 우리도 실업 교육뿐 아니라 기능 정책에 대한 과감한 개혁을 해야 할 때다. 본질에 충실한 시스템 개혁만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가장 중요한 본질보다는 일시적인 현상의 변화만을 지나치게 추구해왔다. 우수한 기능 강국의 자원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지 못하는 것도 우리 제도가 모순돼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올림픽에서의 금메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수한 기능 인력을 국가 산업과 연계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도록 하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대표 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관심과 성원이다. 그들의 다짐대로 세계 최고가 되어 코리아의 브랜드를 높일 수 있도록 희망과 용기를 줘야 한다. 3%의 소금이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는 것처럼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자기 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국위를 선양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서승직 인하대 교수·건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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