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들의 의정 1년 비망록]<5>열린우리당 강기정 의원

  • 입력 2005년 4월 19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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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제 기자
김경제 기자
“부의금으로 5만 원, 10만 원씩 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 10번쯤 실정법을 위반한 셈이죠. 인간관계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열린우리당 강기정(姜琪正) 의원은 지난 1년 동안 불가피하게 지역구 내 친지나 어른들의 조사(弔事)에 부의금을 낸 일이 있음을 실토했다.

그는 심지어 규정상 부의금을 낼 수 없다는 설명을 했다가 “그냥 ‘북구’(강 의원의 광주 지역구)라고 써놓으면 다 아는데 그렇게 안면몰수까지 해야 하느냐”며 ‘편법 부의’를 요청받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호남의 지역구 의원’이라는 그의 정체성은 현실정치와의 또 다른 타협을 요구했다. 1980년대 학생운동을 거쳐 개혁당에 몸담았던 그는 줄곧 ‘개혁’을 주창해 왔다. 하지만 당의장 경선을 앞두고는 결국 ‘실용’을 표방한 같은 광주 출신의 염동연(廉東淵) 후보 쪽에 기울 수밖에 없었다.

“의원이 되기 전에는 계보정치란 말을 무척 싫어했어요. 그렇지만 지난 1년 동안 ‘누구의 밑에 있느냐, 누구와 손을 잡았느냐’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받아 왔습니다. 세력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조금씩 바꿨던 것은 아닌지 자성할 수밖에 없게 되더군요.”

강 의원은 당내 386의원들의 모임인 ‘새 모색’에 속해 있으면서 재야파인 김근태(金槿泰) 의원 계파로 분류된다. 또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 시절 부대표를 맡았다는 점에선 ‘구당권파’, 개혁당 출신이란 점에서는 ‘유시민(柳時敏) 계파’로도 통한다.

당정협의를 할 때 ‘정부 논리’를 제어하지 못한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담뱃값을 인상할 때 당초 흡연자를 위한 공공의료기관 설립 및 폐암환자 기금 마련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합의해 줬다는 것. 그러나 당초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강 의원은 “정부는 예상 수익의 많은 부분을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는 쪽으로 시스템을 마련했다”면서 “여당 의원으로서 문제 제기를 이어가지 못해 창피하게 생각한다”며 입맛을 다셨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 주성영(朱盛英) 의원이 국회에서 이철우(李哲禹) 의원에 대해 ‘북한 노동당 입당설’을 제기했을 당시 그는 고함과 험한 욕설을 퍼부었다. 학생운동을 함께했던 386세대 전체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행위라는 생각에서 울컥 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꼭 그랬어야 했는지 뼈저린 후회가 남더군요. 내가 싫어했던 ‘소란 피우는 의원들’도 다들 나름의 명분을 갖고 그랬다면 과연 누가 누구를 비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강기정 의원은▼

운동권 출신으로 1985년 전남대 삼민투위원장을 지낸 열린우리당 의원(41·광주 북갑).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가 2002년 광주 북갑 보궐선거에 출마해 낙선했으나 지난해 17대 총선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원내부대표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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