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박석순]수돗물 고급화, 과학적 접근을

  • 입력 2005년 3월 1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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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수돗물 고급화 시대를 알리는 ‘도약’을 시도했다.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왕숙천 하류의 취수를 중단하고 고도 정수처리 추가, 수질검사 항목 확대, 간접 취수 및 옥내 배관 공개념 도입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다. 안전하고 신뢰받는 수돗물의 차원을 넘어 맛있는 수돗물, 고품격 수돗물을 시민들의 수도꼭지까지 보내도록 보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환영할 일이지만 확실한 성공을 위해서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좀 더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중에서 특히 간접 취수는 하상이나 강변의 모래와 자갈층을 통해 자연 여과된 물을 취수하는 것으로 하천이나 호수의 물을 직접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깨끗한 수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처럼 여름 집중 강우로 많은 토사와 쓰레기가 유입되며, 상류지역 개발 규제에 한계가 있는 지역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이는 150년 전부터 유럽에서 시작되어 현재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1993년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대형 수돗물 사고를 경험한 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낙동강 하류를 중심으로 기술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지하수 개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여 강변에 수직 우물을 파서 취수하였기 때문에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수직 우물을 이용한 강변 여과는 지하수가 유입되어 수질이 우수하지 못하며 수량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서울시의 수돗물 고급화 계획이 성과를 거둔다면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상당부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기념해 한강 선유도공원에서 수돗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하상 충적층에서 수평 우물로 취수하는 공법이 개발되어 수량과 수질의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서울시의 이번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강변 여과가 아닌 최첨단 하상 여과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서울 부근의 한강 바닥은 일정 깊이의 충적층 아래 모암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하상 암반수를 취수할 경우 풍부한 수량과 좋은 수질을 얻을 수 있고 관리도 매우 용이할 것이다.

옥내 배관 공개념은 개인 건물의 노후 수도관을 개선하고 관리하는 일을 시가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선진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매우 적극적인 처방이다. 그러나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근 실용 가능해진 수돗물 수질자동센서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감시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서울시의 이번 계획은 우리나라 수돗물의 고급화를 시작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수도사업을 반관(半官) 반민영화하는 제도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정수장에서 송수관까지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관리하고 급수 부분은 민영화하는 것이다. 지자체는 좀 더 나은 원수를 확보하고 정수장을 선진화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고, 급수 부분의 실시간 수질 관리와 기타 서비스는 지역별로 민영화하는 것이다.

급수 민영화는 대민 서비스를 극대화하고 환경산업을 육성하며 수돗물 고급화 계획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해 줄 것이다. 나아가 민간의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시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정부에 지워진 불신의 짐을 덜어 줄 수도 있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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