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김상철/봄이 오는 소리

  • 입력 2005년 3월 7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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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처녀 제 오시네/새 풀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진주 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뉘를 찾아 오시는고//

가곡 ‘봄 처녀’(이은상 작사, 홍난파 작곡)의 1절이다. 선율이 단순하지만 한국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 봄이 되면 듣고 싶어지는 노래다.

다시 봄이 왔다. 3월부터 5월까지를 봄이라고 한다. 1년을 4계절로 나눌 때 봄은 첫 번째 계절이다.

집 주위에 잔설(殘雪)이 있지만 나무나 다년생 화초 가운데 일부는 성급하게 새싹을 틔웠다. 얼음이 녹으면서 개울물도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햇살이 점점 따뜻하게 느껴진다.

우리 경제에도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국내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주가는 크게 올랐고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액과 백화점 매출, 수출, 산업생산 등도 증가 추세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봄은 아니지만 대한(大寒)은 지난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 볼 때 현 경기는 하향세보다 상향세가 우세하다”고 진단했다.

자본주의 경제는 경기의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4계절처럼 회복기→활황기→후퇴기→침체기가 되풀이된다. 이른바 경기변동 또는 경기순환이다.

신규 투자가 위축되고 실업률, 재고율, 부도율이 치솟는 침체기는 겨울에 해당한다. 반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면서 소비와 생산이 늘어나는 회복기는 봄으로 볼 수 있다.

경기회복 진단에 대해 아직 신중론도 있다. 국제유가, 환율, 북한 핵 문제 등 변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7일 사퇴한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지난달 국회 답변에서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아직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은 있으나 일시적인 반짝 현상인지, 아니면 대세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것인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일부 전문가는 “몇 가지 조짐이 추세적인 경기회복을 반영하는 것인지를 판단하려면 4월쯤 돼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일종의 경험법칙인 ‘머피의 법칙’과 ‘샐리의 법칙’은 심리의 중요성을 잘 보여 준다. 전자는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갈수록 꼬이기만 하는 것을, 후자는 반대로 일이 우연히도 자기가 원하던 바대로 진행되는 것을 일컫는다.

가계, 기업, 국가 등 경제주체들이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경기회복의 불씨가 본격적인 경기 상승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경제가 좋아져 봄의 전령사처럼 활짝 웃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넘쳤으면 좋겠다.

김상철 경제부 차장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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