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영찬]趙홍보수석 ‘私見을 버리겠다’?

  • 입력 2005년 2월 20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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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조기숙(趙己淑)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양비론(兩非論)을 싫어한다.

그의 저서 ‘한국은 시민혁명 중’에는 양비론에 대한 거부감이 곳곳에 배어 있다.

“어려서 동생과 싸웠을 때 제일 듣기 싫었던 소리는 ‘둘 다 똑같아’라는 어른들의 꾸지람이었다”는 고백도 있다. 또 시누이와의 불화에 ‘둘 다 똑같다’고 타박하던 시어머니에 대한 섭섭함도 토로했다.

주관이 뚜렷하고, 어떤 사안에든 ‘똑 소리나게’ 목소리를 내왔던 그는 청와대 입성 전까지 학계의 대표적인 언론개혁주의자였다. 한국의 언론을 ‘공기(公器)가 아닌 공해’라고 표현했고, 시민들에게 조직적인 언론개혁운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는 뭐든지 혼자 하는 편이다.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어느 집단과도 연계시키지 않고 독자적인 영역에 남겨두고 싶기 때문이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그런 만큼 그가 정부 언론정책을 사실상 총괄 지휘하는 홍보수석 자리를 맡은 데 대해서는 여권 내에서 조차 뜻밖의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조 수석의 취임 일성이었다. 그는 취임 인사에서 “교수로서 갖고 있던 생각은 개인 의견이다. 내 사견이 나올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언론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인적 소신’을 내세우지 않고, ‘조직의 논리’를 따르겠다는 그의 발언은 얼핏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강조한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사적인 생각과 공적인 생각이 과연 딱 부러지게 구분될 수 있는 것인지를 곱씹어 보면 자칫 궤변이란 느낌마저 든다.

민간전문가가 정부에 들어갈 때 대부분 “개인적인 소신을 정책에 투영하기 위해서”라는 변을 내세우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말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이 뿐만 아니라 조 수석의 말대로 언론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 굳이 ‘독자적 영역’을 포기하면서 홍보수석 자리를 맡은 이유가 무언지 의문이 든다.

아무튼 이제 그의 말 한마디는 ‘정치평론’이 아니라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조 수석의 행보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

윤영찬 정치부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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