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 정치 청산’ 거꾸로 돌리지 말라

  • 입력 2005년 2월 20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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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드는 정치를 바라는 국민 여망을 거스르는 움직임이 정치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개정 1년도 안 된 정치관계법을 바꾸려는가 하면, 정책연구 활성화를 내세워 국고보조금을 더 타내려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정치관계법 개정의 명분은 현행법이 정치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인과 단체의 기부행위를 가능케 하고, 모금방식도 현실화해 의원이 직접 후원회를 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처음 이 얘기가 나오면서 일단 여야 지도부가 반대 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국회 정치개혁협의회가 다시 거론하면서 슬슬 분위기를 띄워 가고 있는 모양새다.

도대체 의원 1인당 1년에 1억5000만 원까지 거둘 수 있는 지금의 제도가 무엇이 부족한지 모르겠다. 정책이나 입법 활동보다 다음 선거를 위한 지역관리 등에 많은 돈을 쓰느라 돈 가뭄을 느끼는 것은 아닌가. 새 제도에 맞춰 씀씀이를 줄여 가면 되지 법을 탓할 일이 아니다. 일부 정치인은 손 벌리는 유권자를 설득하는 무기로 엄격해진 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중앙당 차원에서 수십억 원의 정책연구비를 따로 지원받아야 한다는 계획도 수상하다. 여야가 의무적으로 정책연구비로 지원토록 한 국고보조금 30%를 정치자금으로 쓰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나라 경제 형편이 어려운 마당에 국민 혈세(血稅)를 흥청망청 써도 되나. 여기에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비리 정치인에 대한 사면론이 나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엄격해야 할 돈줄은 풀고, 부정한 돈을 받았던 사람도 풀어주는 게 무슨 개혁인가.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를 몰아내겠다고 제도를 바꿨으면 그 속에서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 바꿔보니 힘들다고 옛날로 돌아가자고 하는 건 국민을 두 번 배신하는 일이다. ‘돈 정치 청산’을 거꾸로 돌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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