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막달라마리아 코드

  • 입력 2004년 8월 13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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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마거릿 스타버드 지음 임경아 옮김/324쪽 1만4800원 루비박스

‘다빈치 코드(code·암호)’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어공주 코드’ ‘신데렐라 코드’를 비롯해 서양사의 각종 사건과 예술작품에 숨은 수많은 암호를 읽어내고 있다.

디즈니 만화영화 ‘인어공주’를 예로 들어보자. ‘아리엘’이라는 주인공의 전형적인 히브리식 이름이 마음에 걸린다. 저자에 의하면 ‘아리엘’은 구약성서에서 ‘잊혀진 신부 예루살렘’의 동의어다. 게다가 아리엘은 좌초된 범선에서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의 그림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를 찾아내 가져온다. 영화는 원작과 달리 ‘행복한 결혼’으로 끝난다. 이 모든 사실에 연관성이 있을까?

저자의 의도는 분명하다. 만화 ‘인어공주’ 제작진이 중세를 거쳐 현대로 내려오는 ‘막달라 마리아 숭배’의 맥을 잇고 있다는 암시라는 것이다. 막달라 마리아는 신약 복음서에서 예수의 발을 씻는 장면에 등장하는 바로 그 여인.

‘신데렐라’로 들어가면 원작의 형성단계에서부터 막달라 마리아 숭배의식이 중대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투성이 아가씨의 얼굴은 중세시대 유행한 ‘검은 마리아’ 숭배에서 비롯됐고, ‘검은 마리아’는 거듭된 박해 속에서 은밀히 전승된 막달라 마리아 숭배의 맥을 잇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쯤에서 짐작되다시피, 1993년 영어 원서가 출간된 이 책은 베스트셀러 소설 ‘다 빈치 코드’의 저자 댄 브라운에게 결정적인 영감을 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다빈치 코드’와 마찬가지로, 이 책은 성서에 등장하는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신부였으며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뒤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으로 도망했다는 전설을 다룬다.

바티칸의 금령에도 불구하고 붉은 옷의 성모상을 고집한 화가 보티첼리, ‘타로 카드’의 탄생 과정에서 읽혀지는 새로운 성서 해석 등 저자가 다루는 관심사는 사뭇 다양하다.

“예수가 결혼을 했다거나 막달라 마리아가 그의 아이를 낳았다는 것은 증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전설이 중세에 폭넓게 신봉되었고 그 흔적을 수많은 예술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그것이 교회에 의해 심하게 박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는 것은 증명할 수 있다.”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 서유럽 문명이 막달라 마리아 전승을 비롯한 ‘여성성’을 박해하면서 과도한 남성성과 공격성, 정복에 가치를 두게 됐다고 말한다. ‘막달라 마리아 제몫 찾기’가 결국 인간성 전반에 대한 균형 잡힌 가치의 회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 섞인 발언인 셈이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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