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투표함에 쪽지 넣기, 무슨 짓인가

  • 입력 2004년 4월 13일 18시 46분


‘국민발의권 국민소환권 쟁취를 위한 네트워크’에 가담한 일부 인권단체들이 정치적 요구를 담은 쪽지를 투표함에 넣는 운동을 벌이는 것은 법 이전에 민주시민으로서 건전한 상식을 일탈한 행위다.

이 단체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국민발의권과 국민행동권을 요구한다’는 용지를 다운받아 인쇄해 투표함에 넣으라는 공동행동 요령을 전파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단체에 보낸 회신에서 ‘이 같은 행위는 투개표 방해 및 투표 질서 문란, 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돼 선거법 위반’이라고 통보했다.

이들 단체가 선관위의 통보를 받고도 “비밀투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단속이 불가능하다”며 강행할 뜻을 비친 것은 크게 잘못됐다. 보는 데서만 법을 지키면 되고 안 보는 데서는 불법을 저질러도 괜찮다는 것인가. 투표함에는 후보자와 정당에 대해 기표한 투표용지만 들어가야 한다. 다른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한 용지나 이물질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인권운동사랑방 전국학생연대회의 사회진보연대 등이 참여하는 이 네트워크는 국민이 투표를 통해 법을 만들 수 있는 국민발의권과 국민이 공무원을 임기 전에 해임할 수 있는 국민소환권을 요구하고 있다. 직접민주정치제도에 해당하는 국민발의와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자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눈길을 끄는 한두 차례의 이벤트로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에는 자신들의 의견을 알리고 전파할 수 있는 공간이 무한대로 열려 있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국민의 신성한 주권 행사장을 어지럽히려 한다면 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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