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오스카상 받자” 영화사들 돈잔치

입력 2003-12-12 17:27수정 2009-10-1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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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 “수상 땐 남는 장사” … 시사회 개최·배우 공개석상 출연 등 홍보에 ‘펑펑’

할리우드 영화계에는 요즘 제작 비용을 한 푼이라도 절감하려는 메이저 영화사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소니는 올 들어 미국에서만 1700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했고 디즈니는 파리와 도쿄, 플로리다의 올랜도 지사에서 근무하는 수십 명의 애니메이터들을 내보냈다. 타임 워너는 음악 디비전을 없애려 하고 있다. 하지만 스튜디오들이 예산절감을 위해 인원감축이라는 칼날을 휘두르면서도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붓는 부분이 있다. 바로 각종 영화상 시상식 시즌의 시작과 함께 가열되는 수상 캠페인.

내년 오스카 시상식은 2월29일에 열린다. 예년에 비해 한 달 정도 앞당겨졌다. 메이저 영화사와 인디 영화사들은 앞으로 석 달 가까이 오스카 트로피를 비롯해 10여개의 각종 영화제에서 주는 상을 차지하기 위해 별도의 홍보비를 쓸 것이다. 영화업계 관계자들은 한 편의 영화를 홍보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많게는 2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9월 말 미국영화협회(MPAA)가 불법 복사판을 막는다는 취지로 각종 영화상 심사위원들에게 스크리너를 보내는 것을 금지시키면서 수상 캠페인에 드는 비용은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크리너는 극장에서 열리는 시사회에 올 수 없는 심사위원이나 평론가들에게 보내는 무료 DVD나 비디오테이프를 말하는데, 심사위원을 상대로 시사회를 열 자본력이 약한 인디 영화사들에게는 스크리너가 영화상 수상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인디 영화사들도 심사위원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선 스크리너를 제작할 때보다 훨씬 비싼 값을 치르고 극장을 대관해야 하는 것이다.

◇ 한 편에 2000만 달러 투자도 예사

미국영화협회와 메이저 영화사들이 합의한 스크리너 우송 금지 조치는 영화사들 간의 논쟁을 뛰어넘어 법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등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각을 이루고 있다. 미국영화협회는 “인터넷 상의 불법 다운로드를 제외하더라도 해적판에 의한 영화계의 손실이 매년 30억 달러에 이른다”며 스크리너 유출로 인한 해적판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인디 영화사들은 스크리너 금지가 메이저 영화사들에게는 피해가 거의 없는 반면 인디 영화사들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결국 14개 인디 영화사는 11월 중순 “스크리너 우송 금지 조치는 독과점 금지법 위반이며 이로 인해 2500만 달러 이상 손해를 입게 됐다”며 연방법원 맨해튼 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인디 영화사들의 거센 반발에 미국영화협회가 밖으로 유출하지 않겠다는 조건에 서명한 오스카 심사위원에 한해 스크리너 제공을 허용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이마저도 올해에만 한정된 것이어서 스크리너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할리우드의 뜨거운 불씨로 남아 있다. 문제는 스크리너를 둘러싼 논란이 시상식 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불거졌다는 점이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오스카를 차지하기 위해 메이저 영화사들이 인디 영화사를 상대로 벌이는 불공정한 게임의 한 단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소규모 시사회용 방을 빌려 영화를 한 번 상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600달러다. 번듯한 대규모 극장을 빌리려면 하룻밤에 4000달러 이상이 들기도 한다. 1500달러를 줘야 하는 보안요원 일당에 스낵값, 주차비 등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그 비용은 더욱 올라간다.

물론 돈 들어가는 곳이 세계 각지에서 숱하게 열리는 크고 작은 시사회만은 아니다. 수상 경쟁을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하는 물량작전으로 탈바꿈시킨 건 출연배우들을 화려하게 포장하는 것에서 정보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요원 고용에 이르기까지 수상을 향한 그 모든 과정에 알게 모르게 쏠쏠히 들어가는 돈이다.

오스카 가이드라인에는 출연배우들이 아카데미 영화상 관련 시사회에 얼굴을 내비치지 못하게 돼 있다. 하지만 오스카에 앞서 열리는 숱한 영화상의 경우 배우와의 대화라는 형식으로 열리는 시사회 전후 행사에 스타들이 참석하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 출연배우들이 참석하는 특별 시사회나 이벤트를 준비할 경우 캠페인 비용은 급격히 올라간다. 스타들은 대개 사설 제트기를 타고 움직이는데 미국 내에서 왕복하는 데 드는 비용은 5만 달러. 유럽이나 아시아를 오가게 되면 비용은 훨씬 비싸진다. 또한 스타들은 혼자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헤어 스타일리스트에 화장, 의상 담당자까지 동행을 요구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다.

영화배우 할리 베리가 지난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기뻐하는 모습.할리우드에서 A급 스타로 꼽히는 멕 라이언(왼쪽 부터).

멕 라이언, 줄리아 로버츠, 제니퍼 로페즈 등 A급 스타들이 머리를 맡기는 헤어 스타일리스트는 하루에 5000달러 이상은 줘야 한다. 화장이나 의상 스타일리스트들에게 들어가는 비용도 이에 맞먹는다. 대부분의 스타일리스트들은 비행기 여행시간과 자신의 쇼핑시간에 대해서도 비용을 청구하기 때문에 3일간 옷을 들고 다니게 하는 데 드는 비용이 1만 달러를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여기에 옷값은 포함돼 있지 않다.

1급 스타일리스트들에게 들어가는 돈은 이뿐만이 아니다. 1등석 비행기 표에, 하룻밤에 700달러 이상 하는 스타들과 같은 수준의 호텔비, 시간당 400달러나 하는 고급차량 임대비 등 이들이 움직일 때마다 청구서 목록은 늘어만 간다. 문제는 영화사가 스타들이 원하는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하지 않겠다고 하면, 스타들도 공개석상에 나오는 걸 거절하거나 스튜디오 책임자들에게 전화를 해 항의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걸 계산하면 스타를 하룻밤 공식석상에 내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10만 달러를 간단히 넘어선다.

드림웍스의 마케팅 책임자인 테리 프레스는 일간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타일리스트 문제는 요즘 영화 관계자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라며 “이들은 마치 자신이 스타인 양 대접받으려 해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 소규모 영화사들 물량 달려 불리

하지만 비용이 얼마가 들어가든 ‘오스카 수상작’이라는 영예와 권위, 그리고 박스 오피스에서 엄청난 추가 수익을 안겨주는 금빛 트로피가 영화사들로서는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임은 틀림없다. 2002년 아카데미 영화제 여우주연상은 라이온스 게이트 필름의 ‘몬스터 볼’에 출연한 할리 베리에게 돌아갔다. 할리 베리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몬스터 볼’은 박스 오피스에서 1500만 달러라는 추가 매출을 올렸고, 비디오 판매에선 추가로 1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라이온스 게이트 필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 인터뷰에서 “오스카 캠페인에 1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에 비하면 결코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20세기 폭스나 미라맥스와 같이 주머니가 두둑한 영화사들은 캠페인 비용에 한계를 두지 않고 돈을 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20세기 폭스는 ‘마스터 앤드 커맨더(Master and Commander: The Far Side of the World)’, 미라맥스는 ‘차가운 산(Cold Mountain)’ 등 오스카 작품상 물망에 오르고 있는 두 영화의 홍보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사실 메이저 영화사 작품들은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 자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오스카를 앞두고 펼치는 캠페인에 드는 비용이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영화사들에겐 오스카 홍보비용으로 100만 달러를 더 쓰는 것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LA=신복례 통신원 boreshin@hanmail.net (주간동아 제4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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