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어? 분명히 내리막인데…”아차차… 마운틴 브레이크!

  • 입력 2003년 12월 11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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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핀크스GC 그린에서 퍼팅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박지은(왼쪽.나이키골프)과 한희원(휠라코리아). 박지은은 핀의 역방향으로 퍼팅하며 마운틴 브레이크의 정도를 체크하고 한희원은 공의 구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난 주말 핀크스GC 그린에서 퍼팅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박지은(왼쪽.나이키골프)과 한희원(휠라코리아). 박지은은 핀의 역방향으로 퍼팅하며 마운틴 브레이크의 정도를 체크하고 한희원은 공의 구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평지성 내리막입니다(내리막처럼 보이지만 평지처럼 제대로 퍼팅하세요).”

“내리막성 평지입니다(평지처럼 보이지만 내리막이니 감안해서 퍼팅하세요).”

처음 제주지역 골프장을 찾은 주말골퍼는 라운드가 끝나도록 캐디의 말을 이해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우스캐디(골프장 소속 캐디)’의 말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눈(실제로는 착시)만 믿다 퍼팅에서 낭패를 보기 일쑤다.

한라산이 인접해 있는 제주지역 골프장의 그린은 ‘마운틴 브레이크’가 특히 심하다. 심지어 분명히 오르막인데 실제로는 내리막이거나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지난 주말 핀크스GC에서 벌어진 2003 우리금융-핀크스컵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 첫날 일본은 완패(3승2무7패)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앞섰던 게 첫 번째 이유였지만 두 번째 원인은 바로 마운틴 브레이크.

일본은 지난해의 참패를 설욕하기 위해 올 대회에는 선수들 각자가 전담캐디를 동반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패착’일 줄이야. 내로라하던 전문캐디였지만 핀크스GC 그린의 까다로운 마운틴 브레이크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첫날 경기 후 일본선수단은 하우스캐디를 쓰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일본은 똑같은 코스인 핀크스GC에서 열린 1, 2회 대회 때는 하우스캐디를 고용했고 결과는 일본의 승리.

그린의 어느 쪽이 높은지 아리송할 경우 퍼팅 스트로크 세기를 결정하고 브레이크를 읽는 2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첫째, 대부분의 그린은 페어웨이 쪽에서 볼 때 뒤쪽이 높다. 골프장 설계가들이 ‘굿샷에는 적절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공통된 콘셉트를 갖고 있기 때문. 그린 뒤쪽을 낮게 만들어 그린 중앙을 적중시킨 샷이 어이없이 굴러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다만 언듈레이션이 심한 대형 원그린에서는 부분적으로 뒤쪽이 앞쪽보다 낮을 수도 있다.

둘째 높은 산이 인접해 있으면 마운틴 브레이크를 감안해야 한다. 그린에 올라 어느 쪽이 높은지 헷갈릴 때는 산 쪽이 높은 경우가 십중팔구.

주말골퍼의 총 타수에서 퍼팅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퍼팅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정확하게 브레이크를 읽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구력이 웬만한 골퍼라면 마운틴 브레이크쯤은 안다. 하지만 머릿속에만 들어 있을 뿐이다. 자신의 눈에 확실히 내리막으로 보이고 이미 그렇게 머릿속에 입력이 됐는데 캐디가 오르막이라고 한다고 힘차게 퍼팅스트로크를 할 주말골퍼가 얼마나 될까. 퍼팅 그린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이 반드시 진실은 아니다’라는 점을 명심하자.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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