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485…목격자 (1)

입력 2003-12-07 17:27수정 2009-10-1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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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똑똑히 봤습니다.

네, 처음부터 얘기하지요.

나하고 춘식이, 그러니까 이우근이가 어떻게 만났는지부터….

당신도 알겠지만, 우리 고향은 경상남도 밀양입니다. 우리집은 밀양역이 내려다보이는 용두산 기슭의 농가, 춘식이네 집은 영남루 바로 밑에 있는 고무신 가게, 천천히 걸어가면 40분, 뛰어가면 15분이니까 한 동네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어린 시절만 해도 은어잡이 배가 있어서, 5전을 주면 영남루에서 역까지 휙 건널 수 있었습니다. 밀양이란 고장은 물로 다 이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가운데 모래섬이 있고 물줄기가 빙 돌면서…종이 한 장 주실랍니까? 이렇게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흘러갑니다. 우리집은 여기고, 춘식이네 집은 여기, 우리가 다녔던 보통학교는 여깁니다. 춘식이네 집에서는 가깝지만, 우리집에서는 약 8리 정도 거리니까, 7시에는 집을 나서야 8시에 시작하는 학교에 늦지 않습니다. 그야 물론 둑길이 제일 지름길이죠. 둑을 따라 벚나무하고 미루나무가 죽 서 있어서, 4월이면 학교에 다니는 것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릅니다. 물이 반, 고기가 반이라는 말도 있지만, 강에는 정말 은어가 많았습니다. 강물은 바닥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았고. 회를 치면 수박 맛이 난다는 은어는, 옛 조선시대부터 밀양의 은어의 맛을 알면 다른 고장 은어는 못 먹는다고 할 정도로 유명합니다. 아이고 미안합니다, 밀양 얘기만 나오면 그저 입이 가만 있질 못하니. 춘식이 얘기를 하고 있었죠…아침에 둑길을 걷다 보면, 춘식이네 형인 이우철이하고 꼭 마주쳤습니다. 물가를 빙 돌면서 둑이 있는데, 그 사이를 왕복하니까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한 세 번은 마주쳤을 겁니다. 그런데다 둑길은 좁아서, 막 뛰어오면 그 바람에 밀려 강으로 떨어질 것 같아서, 나는 늘 한 쪽으로 비켜서서, 힘내라! 잘한다! 하고 성원을 보냈습니다.

이우철은 유명한 장거리 선수였습니다. 1940년 도쿄올림픽이 전쟁 때문에 중지만 안 됐어도, 마라톤에 출전해서 제2의 손기정이 됐을 텐데. 동생 춘식이도 엄청나게 발이 빨랐습니다. 상업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는 제 형을 앞질렀습니다. 상고에 다니면서는, 경상남도 지구대회에서 800m하고 1500m에서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지요. 시절이 그런 시절이었으니까 전국대회는 없었지만, 만약에 전국대회를 치렀다면 두 형제 나란히 올림픽에 출전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형은 장거리, 동생은 중거리에….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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