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중현/‘국내자본’ 역차별 없나

  • 입력 2003년 12월 1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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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올 10월 13일부터 12월 1일까지 매주 월요일자 본보 경제섹션 ‘동아경제’에 연재된 ‘국제금융 안방까지’ 시리즈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많은 외국계 투자가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것도 여러 차례 느꼈다.

국내 시중은행의 외국인 지분은 올 6월 말 현재 26.3%로 높아졌다. 지난달 말 현투증권을 사들인 미국계 푸르덴셜그룹은 조만간 제일투신까지 인수합병해 한국 투신업계 1위에 올라설 전망이다.

최근 유동성 위기를 간신히 넘긴 LG카드에 관심을 기울이는 투자가도 모두 외국계 금융기관이다. 보험이나 할부금융업, 대부업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 대한 국내 금융전문가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자본이 선진기법을 갖고 들어오면 소비자들을 위한 금융서비스의 질이 개선되고 국내 금융회사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 “메기를 풀어놓은 논의 미꾸라지가 더 건강하다”는 일종의 ‘메기론(論)’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수입 어종인 ‘블루길’이나 ‘큰입배스’가 한국 저수지의 자연 생태계를 파괴한 것처럼 외국자본이 한국 금융시장을 점령해 버릴까 우려한다. 특히 한국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외국자본 가운데 상당수가 투기성이 강한 사모(私募)펀드라는 점을 걱정한다.

최근 심상찮은 국내 금융시장 상황은 외국자본의 국내 진출 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얼마 전까지 신용카드 업체는 직업도 묻지 않고 길거리에서 신용카드를 발급해 줬다. 은행들은 담보가치를 부풀려 가계대출을 해 줬다가 경영이 악화됐다. 반대로 외국계 은행들은 꼼꼼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대부분 이익을 냈다.

LG카드 사태 수습 과정에서도 차이가 있다. 금융 당국의 종용을 받아들인 ‘토종(土種) 은행’과 달리 ‘협조’를 거부한 일부 외국계 은행은 별 부담을 안지 않았다.

지금이야말로 이 부분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 같다.

긍정적 측면이 적지 않은 외국자본의 한국시장 진출을 무조건 백안시할 일은 아니다. 또 막을 수도 없다. 다만 금융시장이라는 ‘생태계 관리 및 유지’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산업자본을 포함한 국내자본도 외국자본과 동일한 조건에서 금융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자본의 성격을 꼼꼼히 살피고 필요하면 걸러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금융소비자의 편익(便益)이 정책의 중요한 전제조건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중현 경제부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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