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틀려서 계단 기어 오르내리게…잔인한 어린이집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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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어린이집 원생들이 원장에게 당한 가혹행위를 낱낱이 기록한 일기. ‘(계단을 손으로 짚고) 올랐다 내렸다를 300번 했다’, ‘밥도 굶었다’, ‘입을 수세미로 닦았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인천=차준호기자
인천의 한 어린이집 원생들이 원장에게 당한 가혹행위를 낱낱이 기록한 일기. ‘(계단을 손으로 짚고) 올랐다 내렸다를 300번 했다’, ‘밥도 굶었다’, ‘입을 수세미로 닦았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인천=차준호기자
‘한자 쓰는 순서가 틀렸다며 양손으로 땅을 짚고 네 발 동물처럼 계단을 300번 정도 오르내리도록 했다.’

‘다른 핑계를 댄다는 이유로 수세미에 빨랫비누를 묻혀 입을 문질러 닦이고 막대기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맞았다.’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 맡겨진 초등학생들이 일기장에 쓴 원장의 가혹행위 내용들이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올바른 교육을 시킨다며 초등학생 원생들을 때리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26일 어린이집 원장 A씨(51·여)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보육교사인 A씨의 딸(31)과 아들(30)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한달에 35만원을 내고 어린이집에서 기숙하는 J군(11·초등학교 4년)이 올 추석 때 동생과 싸웠다는 이유로 회초리로 14대를 때리고 지름 30cm 크기의 올록볼록한 판 위에 누워 있도록 했다.

J군의 여동생(7·초등학교 1년)은 어린이집에 있기 싫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1일 오후 9시반부터 다음날 오전 4시반까지 보육교사의 감시를 받는 바람에 잠을 자지 못했다. 또 편식을 한다는 이유로 원장이 밥을 제대로 주지 않아 배가 고파 길에 떨어진 음식물을 주워 먹었다가 회초리로 엉덩이를 50대 맞았다.

어린이집에 기숙하며 1주일에 한차례 집에 다녀오곤 한 J군 남매는 자신들이 당한 이런 가혹행위를 일기장에 꼬박꼬박 기록했다.

A씨는 J군 여동생의 걸음걸이가 이상한 것을 발견한 학교 담임교사가 아동학대센터에 신고하는 바람에 경찰에 검거됐다.

J군은 지난해 3월부터, 여동생은 올 6월부터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부모에 의해 숙식을 해결하는 이 어린이집에 맡겨져 학교에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1995년부터 어린이집을 운영해 왔으며 숙식을 하는 J군 등 3명을 포함해 유치반 10명, 초등부 5명 등 15명의 원생을 보육해 왔다. A씨는 경찰에서 체벌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올바른 교육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J군 부모에 대해서도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유기)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한편 다른 원생들에 대한 가혹행위가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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