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이상희/디지털 국감과 우주선

  • 입력 2003년 10월 24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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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지난 국정감사 때 필자는 국제회의 참석차 방문한 독일 뮌헨에서 인터넷 화상을 통해 국내 국감장을 연결, 질의를 했다.

마침 국군의 날인 10월 1일은 필자가 소속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전자정부 구현의 중추부서인 한국전산원에 대해 국정감사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필자는 이날의 국감에 대비해 뮌헨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확보하고 사전에 화상전송시험을 마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 끝에 한국시간으로 당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오전 3시) 국감이 시작되자 화상을 통해 첫 질의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에 집단으로 찾아가 질의를 하고, 증인들을 며칠씩 소환하는 것도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 인터넷 강국이 된 지금은 국회 운영의 형식에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시도의 하나로 필자가 생각한 것이 바로 국제 화상 국감이었다. 요즘 이미지 변신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국회야말로 그런 변신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중국에 대한 세계시장의 인식 변화를 한번 보자. ‘유인우주선 발사’ 이벤트 하나로 과거 노동집약적 저가 제품의 생산국에 머물던 중국은 단숨에 우주항공 산업과 국방 하이테크 분야의 잠재력을 과시하는 국가가 됐다.

전 세계에 중계된 위성발사 장면을 통해 중국 공산당은 마음껏 가슴을 열고 자신을 과시했다. 이를 보면서 과연 우리 모습은 어떤지 자문해봤다. 그 시간 우리나라에선 한 달이 넘도록 자신의 실체를 실토하지 않고 ‘경계인’을 자처하면서 남진도 북진도 못한 채 서성이고 있는 송두율씨 문제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었다. 제조업의 공동화가 가져올 ‘국가기술공황’ 위기가 눈앞에 닥쳐오고 있건만 여전히 우리는 과거에만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유인우주선 발사로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한 단계 상승했듯이, 우리 정치도 의미 있는 변신을 통해 불신과 정쟁의 어두운 모습으로부터 탈출해야 한다. 우주공간으로 드높이 치솟는 ‘메이드 인 차이나’ 로켓의 꼬리 불꽃이, 과거를 쫓다가 미래를 놓쳐버리는 우리 정치의 뒷모습과 대비되는 것은 나 혼자만의 감상일까.

이상희 국회의원·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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